두부·상추·막걸리 마트서 계속 판다…서울시, 판매품목 제한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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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서울시가 대형마트 등에서 콩나물 두부 등을 팔지 못하게 하려던 51개 제품 판매제한 조치를 사실상 철회했다. 대형마트 납품업체와 소비자들이 강력히 반발함에 따라 신규출점이나 영업확장 등으로 기존 상권과 마찰을 빚을 경우에만 일부 상품에 한해 판매제한을 권고하기로 했다.
분쟁상권에만 품목 줄여 적용
○서울시 “용역 결과일 뿐” 발뺌최동윤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8일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판매조정 가능 품목’은 연구용역 결과일 뿐 확정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용역결과를 근거로 지난달 소주 콩나물 두부 등 대형마트·SSM 판매조정 가능품목 51종을 선정해 발표했었다. 당시 “권고가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국회에 법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강조, 강행의지를 보였었다.
그러나 판매처를 상실하게 될 납품업체는 물론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를 오가며 물건을 사야 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전문업체 (주)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대형마트 매장 방문객 538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품목제한에 대해 조사한 결과 74.3.%가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조사에서는 전통시장을 주 1~2회 정도 자주 찾는 사람들 중에서도 품목제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9.5%에 달했다.
○애당초 실행 불가능한 정책서울시의 판매제한 철회에 대해 유통업계는 “애당초 실행 가능하지도 않을 정책이었기 때문에 사필귀정”이라며 “농어민과 중소기업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형마트든 납품농가든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대형마트 등에 신선식품을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은 파산과 연쇄도산의 위험 때문에 판매제한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한편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청하는 등 집단 행동에 돌입했었다. 9일에도 2000여명의 농민과 대형마트 납품업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날 서울시의 철회 발표로 일단 연기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판매제한 조치를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태도를 바꿔 규제의 ‘칼’을 들이밀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는 “신규출점이나 영업확장 시 기존 상권과 분쟁이 일어나면 판매제한을 권고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이 최근 서울 망원동 월드컵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과 총각무 등 15개 품목을 판매하지 않기로 합의한 뒤 문을 연 것과 같은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학용문구 중기적합업종 요청한편 동네 문구상인들이 학용문구판매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동반성장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또 다른 분쟁의 ‘불씨’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와 동네 문구상인들의 연합체인 전국학습준비물생산유통인협회는 다음달 중 협동조합을 결성, 동반위에 학용문구판매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중기적합업종은 협동조합이나 협회 등 업종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동반위에 신청할 경우 실무위원회를 구성,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지정여부가 결정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