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펀드, 가치형이 성장형보다 평균 수익률 2%P 높아…펀드 수급·매니저 운용 능력 꼼꼼히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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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 증시는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증시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게 원인이다.
앞으로도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상당수 선진국들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국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점도 글로벌 경제 성장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 역시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새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런 불확실성은 주식시장에서 밸류에이션 할인으로 나타난다. 미국 학계에서 발표된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를 보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74.5였던 이 수치는 2008년 이후 평균 153.2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중 글로벌 증시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밸류에이션의 할인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에서 10배 이하로 떨어지다 최근 12배 수준으로 반등했다. 국내 증시는 여전히 PER 8~9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전개된 글로벌 자산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볼 수 있다. ○정체된 밸류에이션…수익률 차별화 심화 밸류에이션 정체가 지속되면서 펀드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은 수익률 차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펀드의 유형 및 설정액 규모를 고려해 비슷한 펀드끼리 묶어 비교해보면, 지난해 주요 펀드들은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상당한 성과 차이를 보였다. 설정액이 비슷한 규모의 펀드 간 최고 및 최저 수익률 편차는 7.3%포인트였다. 중소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 편차가 무려 30.8%포인트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형 펀드에서도 최고 및 최저 수익률 간 편차가 13.7%포인트나 벌어졌다.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펀드 매니저가 어떤 전략을 갖고 투자결정을 내렸는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성과가 차별화되는 양상은 주식형 펀드뿐만 아니라 혼합형 펀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가치형 펀드 급부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시를 주름잡은 곳은 대기업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며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덕분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탓에 실적 대비 주가가 너무 낮아진 것도 이후 주가 상승에 불을 지핀 요소가 됐다. 그러나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자 다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과 경제성장 둔화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덕분에 2011년부터 성장주보다는 가치주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펀드 수익률에서도 가치형 펀드들이 성장형 펀드보다 좋은 성과를 보였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가치형 펀드는 성장형 펀드보다 평균 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올 들어서도 이런 트렌드는 지속되고 있다. 성장형 펀드가 -0.2%의 수익률로 허덕이는 동안 가치형 펀드는 2.2%의 수익률을 올렸다. 가치형 펀드 전성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식형펀드 선택 때는 수급 고려해야
2011년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주가가 상승할 때는 펀드로 돈이 유입되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돈이 빠져나가는 트렌드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를 결정할 때 단기 성과를 많이 따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인 성과를 중요하게 여겼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자산시장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진 것과 위험 자산의 손실 가능성이 커진 게 원인이다. 무조건적인 장기 투자보다 단기 투자가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하면서 이런 특징이 펀드 자금 유출입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유형의 펀드를 선택할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펀드의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지 여부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에서 자금 유출입과 수익률 간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자금이 많이 유입된 펀드일수록 돈이 빠져나간 펀드보다 평균 수익률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유형의 펀드를 선택하더라도 펀드 수급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펀드매니저를 보고 선택하라”
동일한 유형의 펀드라 하더라도 펀드별 수익률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는 게 최근의 추세다. 국내 주요 가치형 펀드들의 수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올 1분기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펀드의 수익률은 12.5%였다. 가장 실적이 나쁜 펀드의 수익률은 -0.6%였다. 가장 잘한 펀드와 못한 펀드의 수익률 편차가 13.1%포인트에 달했다는 얘기다. 같은 유형에서도 펀드 간 수익률 편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잘하는 펀드를 콕 집어내는 선별력은 그만큼 중요해졌다.
동일한 유형의 펀드를 선택할 때는 펀드의 수급적인 요소와 함께 펀드매니저를 봐야 한다. 능력이 검증된 펀드매니저가 장기간 운용하고 있는 펀드를 선택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향후 시장의 흐름이 지속적인 상승보다는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종별 비중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택해 수년간 높은 성과를 낸 펀드매니저가 운영하는 펀드라면 지지부진한 장세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PB리서치팀 연구위원 sj.bae@hdsrc.com
앞으로도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상당수 선진국들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국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점도 글로벌 경제 성장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 역시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새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런 불확실성은 주식시장에서 밸류에이션 할인으로 나타난다. 미국 학계에서 발표된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를 보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74.5였던 이 수치는 2008년 이후 평균 153.2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중 글로벌 증시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밸류에이션의 할인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에서 10배 이하로 떨어지다 최근 12배 수준으로 반등했다. 국내 증시는 여전히 PER 8~9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전개된 글로벌 자산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볼 수 있다. ○정체된 밸류에이션…수익률 차별화 심화 밸류에이션 정체가 지속되면서 펀드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은 수익률 차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펀드의 유형 및 설정액 규모를 고려해 비슷한 펀드끼리 묶어 비교해보면, 지난해 주요 펀드들은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상당한 성과 차이를 보였다. 설정액이 비슷한 규모의 펀드 간 최고 및 최저 수익률 편차는 7.3%포인트였다. 중소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 편차가 무려 30.8%포인트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형 펀드에서도 최고 및 최저 수익률 간 편차가 13.7%포인트나 벌어졌다.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펀드 매니저가 어떤 전략을 갖고 투자결정을 내렸는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성과가 차별화되는 양상은 주식형 펀드뿐만 아니라 혼합형 펀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가치형 펀드 급부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시를 주름잡은 곳은 대기업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며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덕분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탓에 실적 대비 주가가 너무 낮아진 것도 이후 주가 상승에 불을 지핀 요소가 됐다. 그러나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자 다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과 경제성장 둔화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덕분에 2011년부터 성장주보다는 가치주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펀드 수익률에서도 가치형 펀드들이 성장형 펀드보다 좋은 성과를 보였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가치형 펀드는 성장형 펀드보다 평균 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올 들어서도 이런 트렌드는 지속되고 있다. 성장형 펀드가 -0.2%의 수익률로 허덕이는 동안 가치형 펀드는 2.2%의 수익률을 올렸다. 가치형 펀드 전성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식형펀드 선택 때는 수급 고려해야
2011년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주가가 상승할 때는 펀드로 돈이 유입되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돈이 빠져나가는 트렌드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를 결정할 때 단기 성과를 많이 따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인 성과를 중요하게 여겼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자산시장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진 것과 위험 자산의 손실 가능성이 커진 게 원인이다. 무조건적인 장기 투자보다 단기 투자가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하면서 이런 특징이 펀드 자금 유출입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유형의 펀드를 선택할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펀드의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지 여부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에서 자금 유출입과 수익률 간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자금이 많이 유입된 펀드일수록 돈이 빠져나간 펀드보다 평균 수익률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유형의 펀드를 선택하더라도 펀드 수급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펀드매니저를 보고 선택하라”
동일한 유형의 펀드라 하더라도 펀드별 수익률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는 게 최근의 추세다. 국내 주요 가치형 펀드들의 수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올 1분기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펀드의 수익률은 12.5%였다. 가장 실적이 나쁜 펀드의 수익률은 -0.6%였다. 가장 잘한 펀드와 못한 펀드의 수익률 편차가 13.1%포인트에 달했다는 얘기다. 같은 유형에서도 펀드 간 수익률 편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잘하는 펀드를 콕 집어내는 선별력은 그만큼 중요해졌다.
동일한 유형의 펀드를 선택할 때는 펀드의 수급적인 요소와 함께 펀드매니저를 봐야 한다. 능력이 검증된 펀드매니저가 장기간 운용하고 있는 펀드를 선택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향후 시장의 흐름이 지속적인 상승보다는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종별 비중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택해 수년간 높은 성과를 낸 펀드매니저가 운영하는 펀드라면 지지부진한 장세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PB리서치팀 연구위원 sj.bae@hdsr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