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내부 균열?…채권금리 되레 출렁

日銀, 국채매입 발표에도 채권가격 급등락 이어져…'서킷 브레이커' 잇단 발동도
구로다, 물가목표 한발 후퇴 "2% 인상 고수 안하겠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에 ‘내부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진원지는 채권시장이다. 엔화가치는 떨어지고, 주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지만 채권금리만은 오히려 조금씩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기업대출 금리를 올리는 은행도 나타났다. 양적완화 정책의 의도와는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요동치는 일본 채권시장 일본은행은 지난 4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내년까지 장기국채 매입량을 작년(89조엔)의 두 배가 넘는 190조엔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 국채 공급량의 70% 정도를 일본은행이 되사들이겠다는 얘기다. 금리는 당연히 내리고, 채권 값은 올라야 정상이다. 채권시장에 국채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파격적 금융완화 정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5일 오전 한때 10년짜리 일본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연 0.31%로 하락(채권 값은 상승)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곧바로 팔자 주문이 쏟아지며 채권 값이 폭락했다. 아베노믹스로 풀린 일본 내 막대한 유동자금이 수익률이 낮은 자국 국채시장 대신 미국과 유럽 국채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7~1.8%였다. 일본국채금리의 약 3배다.

이로 인해 5일 하루 동안에만 채권 선물시장에 ‘서킷 브레이커(일시적인 매매정지)’가 두 번 발동했다. 8일에는 반대 현상이 벌어져 매매가 일시 중지됐고, 10일에도 ‘서킷 브레이커’ 조치가 반복됐다. 10일 일본 채권시장의 지표금리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 0.6% 수준으로 금융완화 정책 발표 이전인 4일(연 0.55%)보다 높아졌다. ◆경고등 켜진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의 궁극적 목표는 디플레이션 탈출. 국채 매입을 통한 대규모 양적완화로 장기금리를 떨어뜨리고, 이 돈을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로 연결시켜 침체된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선순환 고리는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허사가 된다. 위험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미즈호은행이 최근 기업대출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며 “일본 정부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부실한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할 공산도 크다.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는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1일 FT와 인터뷰에서 “2%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유동적이며 상황에 따라 공격적인 금융완화책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