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대통령 한명 잘 뽑으니…멕시코에 글로벌 자금 몰린다

그는 지난해 7월 대선 때까지만 해도 독재로 악명 높던 부패 정당의 후보였다. 그런 그를 국민은 선택했다.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탓이다. “부패 정권이 돌아왔다”는 탄식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정권을 잡은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얘기다. 그러나 넉 달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페냐 니에토가 독과점 기업 해체 등 경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부터다.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멕시코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38%였던 페냐 니에토의 최근 지지율은 60%까지 뛰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멕시코 새 영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평했다.


#'니에토믹스' 칼 빼든 멕시코그는 지난해 7월 대선 때까지만 해도 독재로 악명 높던 부패 정당의 후보였다. 그런 그를 국민은 선택했다.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탓이다. “부패 정권이 돌아왔다”는 탄식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정권을 잡은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얘기다. 그러나 넉 달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페냐 니에토가 독과점 기업 해체 등 경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부터다.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멕시코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38%였던 페냐 니에토의 최근 지지율은 60%까지 뛰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멕시코 새 영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평했다.

니에토 정부는 각종 개혁을 통해 경제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그는 독과점을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송통신사업 개혁안을 발표하고 공정한 경쟁 유도에 나섰다. 또 42년 만에 고용·해고를 유연하게 하는 노동법 개편을 준비하는 등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의 개혁안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멕시코 경제에 반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년간 멕시코 증시의 주가지수인 IPC지수가 17% 이상 오르는 등 멕시코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며 “지난해 570억달러(약 62조원)에 달하는 돈이 멕시코 주식과 채권시장에 몰렸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에 투자된 금액보다 5배 더 많은 금액이다. 기업공개(IPO)도 활발해졌다. 올해만 15개 대형 업체가 멕시코 증시 상장을 예고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BBB인 멕시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페냐 니에토가 실시하고 있는 전방위적 경제 개혁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인 덕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내 목표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빈곤 퇴치”라며 “멕시코의 변화를 위해 독과점 기업부터 해체하겠다”고 외쳤다. 독점 기업인 국영 석유회사의 지분부터 민간에 팔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멕시코로 향하기 시작했다.

#제조업기지로도 부상

몇 년 전만 해도 멕시코는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에 뺏기고 미국 경제 둔화로 인해 경기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보다 멕시코 인건비가 3배 이상 비쌌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 제조업 인건비가 연평균 15~20%씩 급등하면서 그 격차가 1.4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북미지역에 수출할 경우 수송비와 물류 효율성을 고려하면 제조업 기지로 중국보다 멕시코가 경쟁력이 높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려면 보통 30일이 걸리지만 멕시코에서는 이틀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 세계 자동차·가전·의료기기 업체들이 대거 멕시코에 진출해 생산공장을 확대하는 등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배경이다. 멕시코는 북미지역 기업 생산기지 역할뿐 아니라 중산층 확대에 따른 소비시장 역할도 하고 있다. 제조업 확대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만큼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산층이 소비를 확대하면서 이것이 다시 제조업 활황을 가져온다. 또 제조업 호조가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비 확대로 연결되는 등 선순환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인구 1억2000만명인 멕시코는 세계 9위의 소비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멕시코 소비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미국은 멕시코 수출의 80%, 수입의 5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또 미국에서는 3000만여명의 멕시코인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멕시코 가족에게 송금하는 달러화가 그대로 소비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페냐 니에토의 개혁정책에다 멕시코에 유리하게 변한 세계 경제 환경이 겹치면서 멕시코 경제가 뜨고 있다.

#여소야대도 대화로 돌파구멕시코 의회는 여소야대다. 그럼에도 페냐 니에토가 강력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야권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 직후 그는 야당 대표와 차기 정부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시작했다. 두 야당은 한 달씩 돌아가며 여야협의체 대표를 맡아 차기 정부의 큰 틀을 만들었다. 전임 정부의 장관과 좌파 야당의 전 대표는 내각에 영입했다.

이 덕에 페냐 니에토는 취임 직후 두 야당 대표와 함께 95개 개혁 조치를 담은 ‘멕시코를 위한 협약’을 발표할 수 있었다. 취임 1주일 만에 교육개혁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여소야대의 상·하원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미국 매체 CSM은 “여야가 싸우고 있는 미국 정치권은 멕시코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멕시코 경제를 낙관하기보다는 개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페냐 니에토가 부패 기업 등과 비리로 엮인 PRI의 굴레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병종 한국경제신문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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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통령 니에토는 …부패정당 후보 이미지 씻고 개혁 전도사로


엔리케 페냐 니에토는 1966년 국영기업 직원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90년대 시민단체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멕시코에서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인 멕시코주의 주지사로 당선, 멕시코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PRI)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주지사 시절 결단력과 야당 정치인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치력을 보여줘 자질을 인정받았다.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한 지 3년 만인 2010년 배우인 앙헬리카 리베라와 재혼했고, 이후 정계뿐 아니라 대중에도 이름을 알렸다. PRI의 대선후보로 2012년 8월 대선에서 승리해 12월1일 공식 취임했다.
처음부터 페냐 니에토를 향한 눈길이 고왔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속한 PRI는 과거 71년간 멕시코를 지배하며 비리와 부패로 얼룩졌다. 작년 대선 당시 “깔끔한 외모의 페냐 니에토를 내세워 부패 정당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개혁은 말뿐이고 결국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취임하자마자 국민과의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방송·통신 시장을 장악한 재벌 그룹을 향해 ‘독점 철폐’의 칼을 빼들었다. 방송·통신 분야 독점 규제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 것.

칼날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세계 1위 부자 카를로스 슬림이 소유한 통신회사 텔멕스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과거 모종의 뒷거래로 국영 통신회사였던 텔멕스를 슬림에게 넘겨줬던 PRI의 과오를 페냐 니에토가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