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 6000만건 수송작전…FIU 세종로 이전…특수차 동원·경찰이 호위

12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앞에 5짜리 특수 트럭 3대가 나란히 늘어섰다. 수십명의 경찰이 보초를 서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마치 대테러·대간첩 작전 같은 긴장감이 금감원 청사를 에워쌌다.

잠시 후 건물 안에서 조심스레 모셔져 특수 차량에 실린 주인공은 250대 분량의 서버 등 전산장비. 바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갖고 있는 6000만건의 금융거래 데이터베이스다. 국민들이 2000만원 이상 금융회사를 통해 현금 거래한 내역(CTR) 5800만건, 탈세·마약·범죄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STR) 130만건 등이다. STR에는 금융회사가 누구의 어떤 거래를 왜 의심해서 보고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보고서가 담겨 있다. 국세청이 과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넘겨줄 것을 요청해 못 넘긴다는 금융위원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바로 그 금융거래 정보들이다. 이윽고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트럭들이 여의도를 출발했다. 시속 30㎞ 이하로 최대한 천천히 달린 탓에 차량들이 마포를 지나 세종로 프레스센터에 이르기까지는 2시간이나 걸렸다. 또 전산장비들이 이 건물 7층에 완전히 옮겨진 것은 오후 10시를 훌쩍 넘겨서였다.

이날 작전을 위해 FIU는 군사작전 버금가는 수송계획을 짰다. 혹시라도 충격을 받으면 데이터 일부가 훼손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정보 검색 기능이 제한돼 세금 추징이나 범죄 적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경찰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물론 FIU 직원들이 모는 차량이 앞뒤로 서버 이송차량을 에워싸 장벽을 만들었다. FIU 관계자는 “전문업체를 고용해 최대한 충격 없이 데이터를 옮기는 한편 만에 하나라도 외부에서 공격을 받는 일이 없도록 경비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