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인사문제 죄송…靑에 자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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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도부와 첫 '청와대 만찬'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들의 무더기 낙마를 초래한 부실 인사 검증과 관련,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이 새 정부 인사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진숙 장관후보 실력 없지 않아" 임명 시사
"부동산대책·추경 타이밍 중요…조속처리" 당부
박 대통령은 이날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 자료 같은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며 “각 기관에서 보내온 자료를 모아 검증했는데, 그 자료에 없던 사항들이 나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자질 논란이 일고 있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실력이 없지 않지만 청문회에서 당황해 머리가 하얘졌다(고 한다)”며 “지켜보고 도와 달라”고 밝혀 임명을 강행할 뜻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인사 검증 사전질문서’가 조용호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왜 (전달이) 안 됐는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사전질의서를 더욱 보강해 시스템으로 만들고 잘못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4·1 부동산 종합대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니 국회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부동산과 추경에 대해 큰 틀에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여야 6인협의체’에서 착실하게 논의할 테니 대통령께서는 느긋하게 지켜봐 달라”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내가 약속했고 공약한 사안이니 여야가 합의해 빨리 처리하기 바란다”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챙겨 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만찬에는 민주당에서 문 위원장 및 비대위원 전원, 박기춘 원내대표, 변재일 정책위 의장, 김영록 사무총장, 정 대변인 등 당 지도부와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 총 21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장수 안보실장,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김행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정 대변인은 이날 회동에 대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정부조직법 협상 이후 대립해 왔던 청와대와 야당이 이제는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국정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고 민생과 안보에 힘을 함께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