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그룹 장평순 회장이 영업비법 전수 나선 까닭은

15년만에 매출 감소 '쇼크'
'영업 달인' 장 회장 정기 강연 "우리가 잘 하는 것에 집중"
지난 1일 서울 을지로 교원그룹 본사 대강당. 그룹 생활가전 계열사 교원L&C의 리빙플래너(방문판매인력) 500여명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들은 “아는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은 영업이 아닙니다. 신입사원 시절 99번 찾아가도 거절하던 데가 100번째 갔더니 제품을 사주더군요. 끈기를 갖고 끝까지 가는 게 영업의 비결입니다”라는 강사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필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강사는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사진). 맨손으로 1조원대 기업을 일군 ‘영업의 달인’ 장 회장이 직접 영업 기술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장 회장은 올 들어 매월 초 방판 인력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부정기적으로 영업 강의를 했지만 이렇게 정기적으로 날을 잡아놓고 강의하기는 처음이다.

업계서는 장 회장이 ‘강의 경영’에 나선 배경을 두 가지로 해석한다. 첫 번째는 실적 부진이다. 교원그룹은 지난해 교원(학습지 빨간펜사업)과 교원구몬(구몬학습지사업), 교원L&C(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사업) 등 8개 계열사 전체 매출이 1조1812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매출(1조1944억원)보다 132억원 감소한 것이다. 교원그룹 매출이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룹의 당초 목표(1조3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그룹의 2015년 목표인 매출 3조원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불황에 발목이 잡혔으나 업계 전반적으로 보면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웅진그룹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교원그룹과 경쟁관계에 있던 웅진그룹은 태양광 건설 금융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 그룹이 공중 분해되다시피 했다. 장 회장은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며 “그룹의 핵심 역량은 영업의 전문성이며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장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는 얘기다.

대체적으로 장 회장의 강연 경영에 대한 그룹 내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한 직원은 “직접 영업을 하셨던 회장님이 당시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할 때마다 공감하는 바가 크다”며 “잘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됐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