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왕들의 보양식…양념 안넣고 제비집 고유의 식감 살려

셰프의 추천 요리 - 제비집 송이 수프

서울 팔래스호텔 서궁 총영발 셰프
샥스핀과 함께 중국 최고 보양식으로 손꼽히는 ‘제비집 송이 수프’는 일견 밋밋해 보인다. 요리에 사용하는 제비집은 바닷가에 사는 제비가 해조류를 물어다 잘게 씹어서 타액을 섞어 만든 것이다. 제비집이 만들어지는 데는 20일가량 걸리며 크기는 7㎝ 안팎이다. 새의 침에는 항산화 효소와 세포 재생을 돕는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또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많아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비집 요리는 원래 베트남 왕실요리지만 중국에 전해지면서 중국 임금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제비집을 다른 말로 관연(官燕)이라고 하는 것도 임금에게 진상했기 때문이다. 청나라 강희제 땐 영토 전쟁에 나선 장군이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조난당해 굶주림에 시달리다 바위틈에 있던 제비집을 먹고 살아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귀국한 그는 황제에게 이를 보고했고, 황제는 매일 한 끼씩 제비집을 먹은 이후 94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제비집 송이 수프
제비집 수프는 고급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다른 양념이나 식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오직 육수와 제비집만으로 맛을 낸다.

총영발 서울 팔래스호텔 셰프는 제비집 요리의 대가다. 총 셰프가 제비집을 알게 된 것은 화교 1세대인 아버지 덕분이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출신으로 6·25전쟁 때 한국에 온 그의 부친은 요리사로 일했다. 바쁘게 일하면서도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맛있게 만들어주던 음식 중 하나가 제비집 송이 수프였다. 당시에도 귀한 제비집을 어렵게 구해 수프를 만들어준 것은 총 셰프 때문이었다. “제가 어릴 때 몸이 약해서 늘 병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여름이면 중국에서 구해온 제비집으로 요리를 해주셨는데 방법은 꽤 간단했어요. 반나절 이상 푹 끓인 닭 육수에 제비집과 송이를 넣고 끓인 후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춰 내놓았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도 건강만큼은 자신있습니다.”

총 셰프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제비집 요리를 해주던 아버지의 마음을 받들어 고객에게 최고의 건강보양식으로 제비집 송이 수프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02)2186-6921~2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