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굴욕…단문형 SNS서비스서 철수…NHN·트위터와 경쟁서 밀려

메일·카페 등 최초였지만 '1등 자만심' 덫 걸려 추락
모바일 '영원한 3등' 우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트위터처럼 짧은 글을 올려 소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요즘’을 오는 8월 말 종료한다고 16일 밝혔다. 6월27일부터는 모바일 앱 서비스가 중단되고 PC에서도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된다. 다음 관계자는 “핵심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모바일 경쟁력 잃어버린 다음 그러나 업계에선 다음이 만년 3등에 머물고 있는 SNS를 아예 포기하고 철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2월 첫선을 보인 ‘요즘’은 트위터(2006년 출시)나 NHN의 미투데이(2007년)에 비해 출발부터 늦었다. 현재 국내 가입자는 300만명으로 미투데이와 트위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데이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3000여명의 유명 인사들이 소식을 알리고 있고, 트위터는 글로벌 서비스라는 이점을 가진 데 반해 요즘은 별다른 특색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의 다른 SNS 관련 서비스도 NHN이나 카카오 등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9월 선보인 마이피플은 ‘소녀시대’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처음부터 음성통화 기능을 갖추고, PC 버전도 누구보다 빨리 내놓았지만 ‘다음 아이디’가 있어야만 쓸 수 있도록 한 게 걸림돌이었다. 반면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결과적으로 카카오톡은 세계에 83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반면 마이피플은 사용자가 2600만명에 그친다.

‘1인자의 자만심’이 원인 1997년 한국 최초의 무료 웹메일인 ‘한메일’, 1999년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다음 카페’ 등으로 국내 인터넷 시장을 주도했던 다음의 위상이 무너져 내린 것은 ‘1위 사업자의 자만심 탓’이란 지적이 많다. 한메일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던 2001년 12월 ‘온라인 우표제’를 3년간 실시했던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온라인 우표제’는 스팸 메일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대량 메일을 보낼 때 돈을 내게 한 것. 이는 다음에서 사용자가 빠져나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다음은 또 다른 대표 서비스인 ‘다음 카페’에서도 안이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카페에 글 내용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후 2004년 검색 기능을 갖춘 ‘네이버 카페’가 나오자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오너 경영자가 없다는 점도 쇠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NHN은 이해진 의장,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 등 오너들이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다음은 이재웅 창업자가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주인 없는 회사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음 “모바일 검색으로 승부”

다음은 올해 ‘모바일 검색’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시도하고 있다. 이날 공개한 새로운 다음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도 이의 일환이다. 이 앱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주제별 콘텐츠를 종전보다 1.5배 늘렸다. 태블릿PC, PC, 스마트폰에 관계없이 앱의 화면이 자동으로 최적화되는 기술도 적용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