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쇼핑 국경 무너뜨렸다 ③] 속 타고, 목 빠지는 '해외직구족' … 미국 몰테일 물류센터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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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외직구' 뭐길래…2030女 푹 빠졌다
2. 해외직구, 어떤 물건 얼마나 싸나
3. 속 타고, 목 빠지는 '해외직구족'…몰테일 물류센터 가 보니
4. "폴로 세일 소식 뜨자마자…커뮤니티가 해외 직구의 힘"
5. 해외직구시장, 더 커진다…몰테일 "유럽으로"
주부 박은형 씨(가명·34)는 최근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해외 직접구매(직구)에 나섰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2주가 지나도 주문한 물건이 오지 않아 해당 업체에 전화하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렵게 전화 통화 한 결과 업체 사정으로 배송이 지연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박 씨는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두 달이 지나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해외직구가 인기를 끌자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들도 많아 박 씨와 같은 문제점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직구족의 최대 고민은 “배송을 믿고 맡길 수 있느냐”는 것.
이달 2일 해외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의 미국 내 물류센터를 찾아 입고와 출고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몰테일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칼슨물류센터와 뉴저지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D스캐너로 배송비 계산…문자메시지 전송까지 '5분'해외 배송대행 서비스는 ‘물건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이 요구된다. 한국에서 물건을 받았을 때 주문한 색상과 다르다거나 누락된 물건이 있어도 교환, 환불이 쉽지 않다. 판매업체와 배송대행업체의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몰테일이 칼슨센터를 시작으로 자동화 구축에 나선 이유다.
5500㎡ 규모의 칼슨센터에 들어서면 거대한 컨베이어벨트가 눈에 들어온다. 컨베이어벨트는 크고 작은 상자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입고부터 출고까지 책임지는 핵심 축이다.
물품이 입고된 뒤 처음 거치는 작업은 검수. 고객이 미리 몰테일 홈페이지에 입력한 제품 사진과 정보를 보며 검수자가 실제 제품과 비교한다. 잘못 배송된 제품은 소비자에게 통지해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돕는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할 경우 전체 주문량 중 일부분만 도착하는 물품이 발생한다. 몰테일은 이들 물품이 모두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한데 묶어 배송한다. 컨베이어벨트는 부분 도착한 제품을 자동으로 분리해 임시 저장창고로 옮긴다.
포장 작업은 배송비에 영향을 미치는 물품의 부피나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과정. 옷에 달려 온 옷걸이를 제거하거나 브로슈어 등을 빼는 식이다. 이후 몰테일 전용 박스로 재포장한다.
임세종 칼슨센터 지사장은 “센터로 배송된 종이 포장상자는 약해진 상태여서 새 상자로 바꾼다" 며 “에어쿠션과 피넛(말랑말랑한 플라스틱뭉치)으로 제품을 감싸 훼손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피넛 등은 물에 녹는 친환경 제품을 활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포장이 끝난 물품은 다시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3차원(3D)스캐너를 거친다. 스캐너 통과와 동시에 상자의 가로·세로 길이, 높이, 무게가 측정되고 이에 따라 배송비가 결정된다.
배송비는 5분 이내에 소비자에게 문자메시지(SMS)로 전해진다.
고가 물품은 ‘특별 관리대상’이다. 이날 센터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물품은 1000만 원 짜리 기타. 고객 요청에 따라 나무판자로 이중 포장을 했다.
임 지사장은 “고가의 물건인 경우 고객과의 1대1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배송 준비 상황을 알린다” 며 “신뢰가 없었다면 소비자가 고가의 제품 배송을 맡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모든 과정을 둘러보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거대한 '쇼핑 카트'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임직원들이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승인' 버튼을 누르면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고,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는 저장고에서 고객의 물품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검수 작업와 고객서비스(CS) 등 소수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동화 과정을 거쳐 처리됐다. 입고부터 출고까지의 시간은 줄고, 정확도는 높아졌다.
몰테일은 내년 상반기 뉴저지센터의 자동화 구축도 완료할 예정. 채성호 뉴저지센터 부지사장은 "칼슨센터의 3배 이상 물량이 몰리는 뉴저지센터에 자동화 설비 설치가 완료되면 보다 만족스러운 배송서비스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뉴저지=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2. 해외직구, 어떤 물건 얼마나 싸나
3. 속 타고, 목 빠지는 '해외직구족'…몰테일 물류센터 가 보니
4. "폴로 세일 소식 뜨자마자…커뮤니티가 해외 직구의 힘"
5. 해외직구시장, 더 커진다…몰테일 "유럽으로"
주부 박은형 씨(가명·34)는 최근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해외 직접구매(직구)에 나섰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2주가 지나도 주문한 물건이 오지 않아 해당 업체에 전화하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렵게 전화 통화 한 결과 업체 사정으로 배송이 지연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박 씨는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두 달이 지나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해외직구가 인기를 끌자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들도 많아 박 씨와 같은 문제점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직구족의 최대 고민은 “배송을 믿고 맡길 수 있느냐”는 것.
이달 2일 해외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의 미국 내 물류센터를 찾아 입고와 출고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몰테일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칼슨물류센터와 뉴저지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D스캐너로 배송비 계산…문자메시지 전송까지 '5분'해외 배송대행 서비스는 ‘물건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이 요구된다. 한국에서 물건을 받았을 때 주문한 색상과 다르다거나 누락된 물건이 있어도 교환, 환불이 쉽지 않다. 판매업체와 배송대행업체의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몰테일이 칼슨센터를 시작으로 자동화 구축에 나선 이유다.
5500㎡ 규모의 칼슨센터에 들어서면 거대한 컨베이어벨트가 눈에 들어온다. 컨베이어벨트는 크고 작은 상자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입고부터 출고까지 책임지는 핵심 축이다.
물품이 입고된 뒤 처음 거치는 작업은 검수. 고객이 미리 몰테일 홈페이지에 입력한 제품 사진과 정보를 보며 검수자가 실제 제품과 비교한다. 잘못 배송된 제품은 소비자에게 통지해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돕는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할 경우 전체 주문량 중 일부분만 도착하는 물품이 발생한다. 몰테일은 이들 물품이 모두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한데 묶어 배송한다. 컨베이어벨트는 부분 도착한 제품을 자동으로 분리해 임시 저장창고로 옮긴다.
포장 작업은 배송비에 영향을 미치는 물품의 부피나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과정. 옷에 달려 온 옷걸이를 제거하거나 브로슈어 등을 빼는 식이다. 이후 몰테일 전용 박스로 재포장한다.
임세종 칼슨센터 지사장은 “센터로 배송된 종이 포장상자는 약해진 상태여서 새 상자로 바꾼다" 며 “에어쿠션과 피넛(말랑말랑한 플라스틱뭉치)으로 제품을 감싸 훼손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피넛 등은 물에 녹는 친환경 제품을 활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포장이 끝난 물품은 다시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3차원(3D)스캐너를 거친다. 스캐너 통과와 동시에 상자의 가로·세로 길이, 높이, 무게가 측정되고 이에 따라 배송비가 결정된다.
배송비는 5분 이내에 소비자에게 문자메시지(SMS)로 전해진다.
고가 물품은 ‘특별 관리대상’이다. 이날 센터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물품은 1000만 원 짜리 기타. 고객 요청에 따라 나무판자로 이중 포장을 했다.
임 지사장은 “고가의 물건인 경우 고객과의 1대1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배송 준비 상황을 알린다” 며 “신뢰가 없었다면 소비자가 고가의 제품 배송을 맡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모든 과정을 둘러보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거대한 '쇼핑 카트'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임직원들이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승인' 버튼을 누르면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고,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는 저장고에서 고객의 물품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검수 작업와 고객서비스(CS) 등 소수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동화 과정을 거쳐 처리됐다. 입고부터 출고까지의 시간은 줄고, 정확도는 높아졌다.
몰테일은 내년 상반기 뉴저지센터의 자동화 구축도 완료할 예정. 채성호 뉴저지센터 부지사장은 "칼슨센터의 3배 이상 물량이 몰리는 뉴저지센터에 자동화 설비 설치가 완료되면 보다 만족스러운 배송서비스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뉴저지=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