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 빚 20% 상환 힘들 것"

IMF, 금융리스크 연차보고서
유럽 기업들이 금융권에서 차입한 부채 중 20%는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제조업 기업들의 쇠퇴가 유럽 경제 부흥에 계속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 발표한 ‘세계금융시스템 리스크에 관한 연차보고서’에서 유럽 각국 증시에 상장된 1500개 비 금융부문 기업의 부채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들 기업은 자금 차입이 쉬웠던 유럽 재정위기 전에 금융권에서 돈을 조달한 뒤 아직 빚을 갚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위기로 개별 국가 성장률이 낮아진 가운데 자산 건전성이 떨어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이들 기업의 대출이 부실화될 위기에 놓였다. IMF는 “해당 기업들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배당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럽 경기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IMF는 시중 자금 흐름이 얼어붙으면서 고용의 중추인 유럽 중소기업들도 대출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제조업 영역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가로막아 근본적인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IMF는 “유럽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경기에는 더욱 나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양적완화는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지만 부작용도 있어 새로운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금리가 낮아지면서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보수적 투자자들까지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등 새로운 자산 버블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