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무리수?…서정진 결단의 속내는
입력
수정
커버 스토리 - 바이오산업 '셀트리온 쇼크'증시에서 셀트리온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오너가 왜 이렇게까지 주가에 민감하게 대응하느냐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공매도 세력이 있으면 경영 성과로 보여주면 될 일이지 수천억원을 들이면서 ‘전쟁’까지 할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셀트리온이 증시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수천 억원 써가며 공매도와 전쟁 왜
◆코스닥 뒷문 입성 후 승승장구셀트리온이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것은 2008년이다. 코스닥 직상장을 추진했지만 매출 기준 등을 충족하지 못해 오알켐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코스닥에 ‘뒷문’으로 입성했으나 셀트리온은 2009년 2월 시총 1위로 우뚝 서며 승승장구했다. 2010년 5월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으로부터 2000억원 자금을 유치하며 바이오시밀러 사업 기대를 높였다. 셀트리온 시총은 2010년 11월 3조원, 12월 4조원을 차례로 돌파했다. 공매도가 급증한 것은 시총 4조원대였던 2011년 5월부터였다. 5월 중 사흘을 제외하고 매일 공매도 대금이 전체 거래대금의 10%를 넘었다. 공매도 급증에도 시총은 그해 6월 5조원을 넘어섰다. 자사주 매입(102억원) 등을 발표하며 적극 대응한 영향이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4월 시총이 3조원대로 내려앉자 5월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공식화하면서 무상증자와 자사주 매입(185억원)을 발표해 적극 대응했다. 이 영향으로 그해 5월 말 사상 최대 시총(5조857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리한 주식 담보 ‘발목’ 주가 급등에도 셀트리온 공매도가 끊이지 않았던 배경에는 실적 의혹이 자리잡고 있었다. 셀트리온은 2010년 말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판매법인으로 따로 두는 특이한 지배구조를 갖췄다. 두 회사 실적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의무가 없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모두 서정진 회장(사진)이 각각 지배하고 있어서다. 이런 지배구조로 인해 2년 전에도 실적 의혹이 나왔고, 작년 재고자산이 급증한 셀트리온헬스케어 감사보고서가 발표되자 지난주 다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작년 초 이런 의혹을 뒤로 하고 JP모간 사모펀드 원이쿼티파트너스(OEP)로부터 2540억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4년 말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OEP에 투자금에 연복리 25%를 얹어 돌려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홀딩스의 셀트리온 지분 등이 담보로 잡혀 있을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공매도 대응을 위한 장내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주주가 주식담보를 적극적으로 받은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지에스씨는 각각 셀트리온 보유 지분의 48%, 70%가량을 금융권에 주식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셀트리온지에스씨는 셀트리온 소액주주 모임 대표 측에게서도 500억원대를 빌려 논란이 됐다. 셀트리온홀딩스가 19일 셀트리온제약 경영권 지분을 셀트리온에 498억원을 받고 넘긴 것도 주식담보 대출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셀트리온홀딩스는 메리츠종금증권에 주식담보대출 29억9000만원을 상환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조 단위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셀트리온 주가를 방어할 필요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공매도에 대응해 주가 하락을 막는 시도 자체가 머니게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