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 댓글 수사 당시 경찰 상부서 축소 지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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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前수사과장 주장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의혹을 수사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를 하는 내내 서울경찰청의 지속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18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권 과장의 주장은 서울경찰청 ‘윗선’의 부당한 개입으로 수사 결과가 왜곡됐다는 의미로 해석돼 큰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분석 키워드 78개서 4개로 줄여
19일 권 과장에 따르면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지난해 12월13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9)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PC를 제출받아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 하드디스크 분석을 의뢰했다. 권 과장은 “선거 개입 의혹 댓글을 찾으려고 78개 키워드를 지정해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했다”며 “하지만 서울청에서 키워드 개수를 줄이라고 해 결국 4개로 축소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4개의 키워드는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으로 서울청은 키워드 분석에 들어간 지 사흘도 채 되지 않은 같은 달 16일 밤 11시에 “댓글 흔적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긴급 발표했다. 권 과장은 “긴급 발표를 보면서 ‘신속성’과 ‘정확성’을 추구해야 하는 수사의 핵심에서 빗나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긴급 발표는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가 있던 날로 대통령 선거가 사흘 남은 상황이어서 발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청이 김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문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일일이 김씨에게 허락을 받아가며 파일을 들춰봤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의제출 형식이었지만 김씨가 당시 피의자 신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란 것.
이와 관련해 서울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서서에서 애초 의뢰한 키워드는 100개였고 이 가운데는 ‘호구’ ‘위선적’ ‘가식적’ 등 대선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단어가 많아 핵심 키워드 4개만 선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디지털증거 분석 과정에 대해서도 “김씨는 분석 과정에 일절 참여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해 권 과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국정원 연루 사건을 사실상 전면 재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국정원 대북심리정보국장 A씨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수사하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