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만 지으면 뭐하나…'송전대란' 비상

수도권 송전망 이용률 90%…추가 건설땐 용량 초과
밀양 송전탑 갈등 장기화…주민 반발 넘어야 할 산
경남 밀양의 초고압(765㎸)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국적으로 송전대란이 들이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발전소 건설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송전시설 설치에 대한 해당 지역의 반발로 송전망 건설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송전망 확충 ‘산 넘어 산’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인천에서 서울·경기 지역으로 연결된 송전망 이용률은 현재 90%에 달한다. 인천 영흥 화력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총 1302만㎾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의 여유분이 불과 10% 남짓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지역에 내년까지 87만㎾급 화력발전소 2기가 추가로 들어서고, 최근 정부가 수립한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3~2027년)에 따라 영흥 8호기까지 지어지면 이용률은 100%를 간단히 넘어선다.

6차 기본계획에 따라 동양파워 1·2호기, G프로젝트 1·2호기, 동부하슬라 1·2호기 등 100만㎾ 규모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강릉·삼척 지역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주로 수도권에서 쓸 예정인데 수도권까지 전기를 실어나를 송전시설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박성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동양파워와 G프로젝트는 기존 송전망에 접속 선로를 이을 여지가 있지만 동부하슬라 1·2호기는 추가 송전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이유로 영흥 8호기와 동부하슬라 1·2호기를 6차 수급계획에 반영하면서 전기위원회의 계통 보강 승인 조건을 걸었다. 송전망 확충 계획을 마련해야 사업 허가를 내주겠다는 얘기다. ◆가동 목표 시기 넘길 듯

하지만 앞날은 극히 불투명하다. 송전시설은 인허가부터 최종 운영에 이르기까지 통상 10년이 걸린다. 영흥 8호기와 동부하슬라 1·2호기는 2018~202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시간이 빠듯하다. 밀양 송전탑 건설도 지역 주민의 반발로 이미 10년을 넘겼다. 한전은 2002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에서 신고리 원전까지 송전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송전선이 통과하는 밀양 지역 주민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달 안에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올 12월 예정이던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기를 발전소에서 받아 영남권으로 보낼 중간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한전과 밀양 주민들은 23일 국회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 사태를 풀기 위해 제5차 토론회를 열 예정이지만 쉽게 합의점을 찾을지는 의문이다.

궁극적으로 송전망이 부족하면 정부 계획대로 발전소도 제때 건설하기 어렵다. 특히 동부하슬라 1·2호기의 송전시설 건설이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 관계자는 “동부하슬라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경우 강릉에서 수도권까지 백두대간을 통과하는 약 200㎞ 송전망을 건설해야 한다”며 “기술적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경우 결국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