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PC방 전면금연' 불똥 "폐업늘어 PC 매출 더 줄어들텐데…" 상인들 한숨

앞서 금연제 도입한 대만, 2년 만에 PC방 절반 폐업
6월 시행 앞두고 전전긍긍
PC방 업계가 6월 8일 전면 금연 시행으로 존폐 위기를 호소하는 가운데, 매출의 상당 부분을 PC방에 의존해온 서울 용산전자상가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경DB
“폐업처리 문의만 쏟아지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용산전자상가 내 PC 조립 업체 PC삼의 이종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 1주일에 10통도 안 오던 폐업처리 문의가 지난주 140~150통으로 늘었다. 지난 16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중 PC방 전면 금연 유예안이 심사 대상에서 빠지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대로 오는 6월8일부터 PC방 커피전문점 등에서 전면 금연이 실시되고, PC방의 절반가량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이 대표는 “매출의 상당 비중을 PC방에 의존하는 용산전자상가의 PC 관련 업체들 역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면초가 PC방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PC방 커피전문점 그리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에서 전면 금연을 규정하고 있다. 흡연실을 따로 설치하면 되지만 PC방의 현실은 다르다.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자리를 뜰 수 없는 특성 때문이다. PC방 업계 관계자는 “2009년 대만에서 전면 금연이 실시된 뒤 2년 만에 6000개의 PC방이 3200개로 줄어들었다”며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계청 서비스업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컴퓨터 게임방(PC방) 운영업’ 규모는 2006년 말 2만900개에서 2011년 말 1만5700개로 25% 감소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1조6127억원에서 1조1183억원으로 31% 줄었다. 2007년 금연 칸막이 설치를 의무화한 PC방등록제가 실시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은 게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이번에 전면 금연이 시행되면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PC방 커뮤니티 ‘아니닉스 피사모’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PC방 업주 788명 중 66%(517명)는 “전면 금연이 도입될 경우 폐업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후폭풍 맞는 용산전자상가

용산전자상가에 입주한 업체 중 절반 이상인 4000여개가 컴퓨터 관련업체라는 게 유만식 선인상가컴퓨터상우회장의 설명이다. 한 조립PC판매점의 사장은 “용산전자상가 내 대다수 PC 업체는 매출의 70% 이상이 PC방에서 나온다”며 “상당수 PC방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하이마트 같은 전문 양판점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PC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용산전자상가의 PC 업체들은 급격한 사양길을 걸어왔다. “그나마 PC방 매출이 있어 버텼는데 그마저도 없어지고 있으니 막막하다”(이종수 대표)는 말은 과장된 게 아니다. 이미 용산전자상가에는 ‘PC방 금연’의 회오리가 거세다. 최초의 용산전자상가 건물인 나진상가의 경우 18동 2층에 있는 120개 점포 중 절반인 60개 점포가 21일 문을 닫았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과 가까워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선인상가는 총 1530개의 점포 중 92개가 점포가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60개 정도가 비어 있던 것에 비해 사정이 더 악화됐다.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우리부동산 장경애 대표는 “컴퓨터 수리업을 하던 한 상인이 최근 대리석 제조 기술을 배운다며 떠났다”고 말했다.

송종현/강진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