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빅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

"ICT생태계에 쌓이는 데이터
부가가치 창출해낼 수 있는 금맥
분석 위한 메타데이터 구축해야"

차동완 건국대 석좌교수·IT경영정책
정권마다 출범 시에 내세웠던 핵심 국정과제가 요란한 구호와 퍼부은 예산에 비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근혜정부의 핵심가치인 창조경제 또한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부터 마련해야 한다. 각계각층에서 제시한 시대상황에 맞는 정책 대안들의 효과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기본으로 해야 함은 물론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스마트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각종 기기에서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절대강자들을 필두로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개인은 물론 사회를 새롭게 인식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많은 반대 속에서 추진됐던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촉발시켰고, 고속 정보통신망의 구축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비상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빅데이터 시대에 상응하는 인프라로서 일부 부처 또는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공개해 왔던 자료들을 통합해 범국가 차원의 오픈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데이터 창고에는 국가안보, 개인 신상과 무관한 모든 공공데이터에 더해, 민간부문과 국제기관의 신뢰성 있는 자료들이 아울러 제공돼 ICT 생태계의 플랫폼 성공 요건인 편리성과 규모의 경제성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형창고는 내부구조가 복잡해 원하는 데이터를 쉽게 뽑아낼 수 없다.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재가공한 메타 데이터들을 모아 놓은 관문 형태의 다른 창고가 병설돼야 한다. 관광 가이드북과 같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 메타 데이터는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원래의 데이터를 도서관에서처럼 분야나 색인 등의 기준으로 항목을 재분류한 형태가 가장 단순하다. 특정 출처(산업 또는 부처) 항목자료의 변화에 영향받는 항목들 하나하나의 시간에 따른 변화추이 패턴이 특히 복잡한 형태이다. 좋은 예로 제주도의 일정기간 기후의 변화폭(기상자료)에 따른 귤 같은 지역특산품의 작황(농수산자료) 변화 정도와 다른 대체 또는 보완작물의 소비지별 수요와 가격(물가자료)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들 수 있다. 이런 항목연관분석은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하므로 규모로 보아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상호 영향을 미치는 항목군의 다양함과 분석의 복잡도를 생각할 때 메타 데이터 창고 구축은 범국가적 수준의 소프트웨어(SW) 사업이다. 메타 데이터의 생산은 단순 분류형으로부터 시작해 난도와 규모를 확대해 가며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SW업체에 대규모 메타 데이터 개발프로젝트를 발주해 허약한 우리나라 SW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이런 빅데이터 분석수치는 경제동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정부의 정책결정에서부터 기업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유통 분야의 예를 들면, 산지에서의 생산원가, 유통경로별 물류비용, 소비지별 납품가격 및 판매량에 대한 원래 데이터와 이들 간에 상호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메타 데이터 수치가 주어진다면 유통경로에 따른 예상 수익을 쉽게 산정할 수 있다. 수익성 높은 유통경로를 새로 발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촉진돼 전 유통과정이 바람직한 구조로 수렴될 것이다. 더욱이 의외의 항목 간 연관성에 착안해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낸 경우 메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상수익도 쉽게 산정해 낼 수 있다면 투자를 주저할 이유가 없어 기업혁신과 창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 비즈니스 모델의 연관항목이 서로 다른 산업에 걸쳐 있다면 이게 다름아닌 산업간 융합이 아니겠는가.

빅데이터 시대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빅데이터 플랫폼의 구축이야말로 창조경제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차동완 < 건국대 석좌교수·IT경영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