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광객이 사라졌다…엔低·북한 리스크에 한국행 취소

호텔·여행사 "예약 급감"

골든위크(27일~5월6일) 특수 실종
“일본인 관광객이 하루 열 명 정도는 찾아와 길을 묻곤 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하루에 세 명도 안 오네요.”

23일 서울 동대문 종합관광안내소 직원인 모수주 씨는 “언제부터인가 쇼핑백을 든 일본 관광객을 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이 쇼핑을 즐기는 명동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정문 근처에서는 중국말만 들릴 뿐이었다. 유통·관광업계가 일본 공휴일이 몰려 있는 골든위크(4월27일~5월6일)를 앞두고 울상을 짓고 있다. 엔저(低)로 ‘엔화의 구매 파워’가 약해지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급격히 줄고 있다.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까지 겹치면서 올해 골든위크 특수는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관광·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한숨이다.

실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골든위크 기간 일본인 숙박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명동 근처에 있는 세종호텔도 10% 정도 예약이 줄었다. 일본 전문 여행사인 HIS 관계자는 “그나마 예약한 사람들도 이달 들어 잇따라 취소 주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여행사는 4월과 5월 일본 관광객 예약률이 각각 전년 대비 35%와 50% 감소했다고 전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골든위크 기간 일본인 입국자가 지난해보다 10.9% 감소한 11만4000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인 관광객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엔저다. 원·엔 환율은 작년 10월 중순 100엔당 1400원대를 유지했으나 이후 가파르게 하락, 현재 1130원대로 떨어졌다. 6개월 사이 엔화 가치가 20% 가까이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일본 관광객도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일본인 입국자는 68만848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줄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의 지난 1분기 일본인 매출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3%를 기록했다. 일본인의 필수 쇼핑 코스 중 하나로 알려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일본인 매출도 같은 기간 1.4% 줄었다.

한류스타 마케팅 등 관광객 유치 안간힘

두산타워를 방문한 일본인이 1분기 2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하는 등 동대문 상권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인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일본 손님이 1~2월보다는 조금 늘어나는 것 같더니 최근 다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골든위크를 겨냥해 기획한 제품이 재고로 남을까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유통업계는 한류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 등 골든위크 고객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잠실점과 김포공항점에서 한류 스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운영한다. 봄 정기세일은 지난 21일 끝났지만 외국인 고객 대상으로는 세일을 연장해 진행한다.

신라면세점은 다음달 31일까지 일본인 고객에게 구매금액에 따라 최대 10만원권 선불카드를 주고 결제금액 3달러당 2마일의 일본항공(JAL)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년과 비슷하게 일본인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지만 엔저 등 여건이 좋지 않아 얼마나 효과를 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골든위크 기간과 겹치는 중국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1일)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였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5월에 잡혔던 중국인 관광 예약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며 “쓰촨성 지진 등 악재가 발생한 탓”이라고 말했다.

유승호/강진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