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한달째 중단 … 하루 평균 15억원 손실"

입주업체 하소연
부품업체 대부분 거래 끊겨…현지 직원들 계속 남을 것
< 심각한 입주업체들 >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협회 회의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생산 중단이 4주째 이어진 개성공단 입주 중소기업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통일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5일 북한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거부하면 중대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 A씨는 “정부가 지원책을 내놨으나 사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 담겨 있다기보다는 방향만 잡은 것”이라며 “업체들이 정부 지원책을 검토해 보기도 전에 어제 통일부 발표가 나와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업체 관계자는 “다음주께 통일부와 협의해 입주업체 대표단 방북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싸늘해져 그마저도 무산됐다”며 “만약 공단 직원 전원 철수 같은 중대조치가 취해지면 우리가 방북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전원 철수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현지에 남아 있는 직원들은 귀환하지 않겠다는 게 업체들의 뜻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공단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26일 아침에 통화한 결과 남아 있는 주재원들의 식량 상태는 빠져나온 주재원들이 건넨 식량으로 걱정이 없지만 밑반찬 등 추가 식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현지 주재원들은 공장 시설을 돌려보며 가동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업체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장기적인 기업 활동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하루 평균 업체들이 입는 손실은 15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의류는 계절적 요인으로 이달까지 여름옷 납품을 마무리 짓고 다음달부터는 가을·겨울용 제품 주문을 받아야 한다. 현재 공장가동 중단으로 대부분 업체의 가을 주문은 거의 끊겨 오늘부터 가동이 가능해지더라도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자 및 부품 업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입주 부품업체 대부분이 거래가 끊긴 것으로 협회 측은 추산했다. 업체 관계자는 “상황이 안 좋은 몇몇 거래업체에 제품을 급하게 공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임시 설비를 들여와 가동 중이지만 인력과 기술이 부족해 불량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 문제가 걸려 있어 몇 주 정도는 거래업체들이 아량을 베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의 피해가 현실화되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