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임원의 고해성사 "포스코, 45년간 甲노릇만 했다"

포스코의 대외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황은연 CR본부장(부사장·사진)이 최근 계열사 임원의 항공기 승무원 폭행 사건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조직 문화를 돌아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황 부사장은 지난 26일 경기 파주 출판단지에서 열린 출입기자 대상 워크숍에서 “창피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45년간 갑(甲) 노릇만 해온 포스코에서 언젠가 분명히 터질 일이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차라리 잘 터졌다”며 “한국 전체 산업체의 임원과 힘주고 있는 부장, 직원에게 우리가 교보재를 제공했으니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 부사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락이 온 지인들에게 “너희가 할 것을 우리가 모두 대신했으니 저작권료를 내라고 했다”며 “대기업이나 힘있는 기관에 종사하는 이들은 모두 비슷한 잘못을 하지 않도록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황 부사장의 발언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인격이나 성품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과점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포스코의 조직 문화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운영회의 등에서 “포스코가 그간 쌓아온 국민기업으로서의 좋은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충격적인 일”이라며 “임직원 모두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황 부사장의 발언은 정 회장의 유감 표명을 부연 설명한 것”이라며 “자정 노력을 꾸준히 해온 포스코가 아직까지 갑 행세를 하고 있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에너지의 해당 임원은 지난 15일 대한항공 여객기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라면 등 기내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여승무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끝에 사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