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에선] 순방 앞둔 대통령, 주치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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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이병석 교수 내정 소식, 두달 가까이 됐지만 임명안해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 임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특히 5월 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아직도 주치의가 공식 발표되지 않은 배경에 정가와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 주치의 등 추측만 난무
지난 3월5일 이병석 연세의대 산부인과 교수(57ㆍ강남세브란스병원장)가 주치의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두 달이 다 되도록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14일 만에 주치의를 공식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내정 소식을 병원 측이 언론에 먼저 알린데 대한 청와대의 불쾌감이 작용했다는 말이 들린다. 3월5일 세브란스병원 측은 이 교수의 내정 사실을 공개하며 “곧 공식 임명될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청와대 의무실장(김원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과 대통령 주치의 모두를 같은 병원 출신이 맡는 데 대해 다른 대학병원 측의 견제 움직임이 있다는 설도 나온다. 역대 주치의 대부분은 서울대병원 출신이었다.
청와대 측이 막판에 여성 주치의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예컨대 주치의는 대통령의 휴가와 해외순방ㆍ지방방문 등 모든 일정에 동행하는 만큼 여성 주치의를 두는 것이 여러모로 첫 여성 대통령에게 편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 교수의 임명을 미루면서 안규리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를 비롯해 여성질환의 권위자인 이임순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은숙 국립암센터 박사 등도 여전히 후보군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임명장 수여와 같은 공식절차가 생략됐을 뿐 이상기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2006년 5월 지방선거 유세 중 ‘커터칼 피습’으로 수술을 받았을 때 주치의로 낙점될 만큼 인연이 깊다. 그동안 장관 인선 지연 등 이유로 (주치의 발표도) 늦춰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차관급 상당의 예우를 받지만 무보수 명예직인 주치의는 비상근으로 대통령과 30분 이내 거리에 늘 대기하면서 주기적으로 청와대를 방문, 상주 의료진과 협력해 대통령의 건강을 체크한다.
이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순방에 동행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할 말이 없다. 다음에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