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간 1만원 거래도 공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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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총수일가 私益 차단…상품·용역거래 등 분기마다 한꺼번에앞으로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갖고 있는 대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계열사 간 모든 거래 금액(현행 50억원 이상)을 공시해야 한다. 총수 일가를 포함한 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내부거래 내역도 합산이 아닌 개인별 금액을 당국과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특수관계인 내부거래도 개인별로 금액 알려야
◆종합 공시로 사익 추구 포착 1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로 사익을 얻지 못하도록 관련 공시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행위를 한눈에 포착할 수 있는 ‘종합공시제도’ 도입이다.
종합공시는 총수·친족이 지분 20% 이상을 소유한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대상이다. 해당 상장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 영위 업종, 계열사와 상품·용역 거래 내용 등을 모두 담아 분기마다 공시해야 한다.
지금도 내부거래 공시 기준에 따라 20% 이상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는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주식 소유 현황(5월),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6월), 채무 보증 현황(7월), 내부거래 현황(8월), 지배구조 현황(9월), 지주회사 현황(10월), 공시 이행 현황(11월) 등을 공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각각 다른 시기에 공개하기 때문에 당국이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를 쉽게 적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게 수월하지 않다. 특히 종합공시 항목에는 계열사 간 모든 거래 금액과 거래 비중을 명기해야 한다. 거래액 50억원 이상 또는 회사 자본금 5% 이상의 거래액만 신고하도록 한 기존 내부거래 공시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총수 일가, 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자금, 유가증권 등의 거래 내역 공시 내용도 보다 구체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특수관계인 항목별로 합산 금액만 공시하고 있으나 총수의 친족 A씨, B씨 등 개인별로 공시토록 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총수 일가 특정인의 거래 내역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자금보충 약정도 공시 의무화 공정위는 종합공시제도 도입과는 별도로 계열사 간 자금보충 약정 현황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자금보충 약정은 계열사가 빚을 갚을 수 없을 때 지주사가 채무 부족분을 떠안는 일종의 보증계약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상호출자, 채무보증이 제한되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지주사와 계열사, 계열사와 계열사 간 자금보충 약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보증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 간 채무보증과 달리 자금보충 약정은 현재 의무적인 공시 대상이 아니어서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그만큼 대기업 계열사들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는 계열사인 극동건설과 자금보충 약정을 맺어놨다가 채무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와 지주회사 관련 공시 항목도 추가할 방침이다.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 사외이사 경력별 비율, 지주회사 편입률 등에 대한 공시를 대기업집단에 요구할 계획이다. 금융사와 보험사에 대한 대기업의 의결권 행사 안건과 행사 이유, 찬반 여부 등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영역 침범도 감시
대기업의 업종별 진출 현황을 보여주는 영위 업종 현황 공시 항목도 신설한다. 골목상권 진출을 여론으로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10대 대기업집단은 영위 업종을 50% 가까이 늘려 중소기업 영역까지 독차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위 업종 현황 공시 항목에는 회사별 세부 업종, 업종별 매출액 등을 담아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공시 제도는 단순 정보만 나열해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행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전면적인 공시 제도 개편을 통해 사익 편취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