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준금리 인하 "돈 더 풀겠다"…0.25%P 내려 0.5%로…드라기 "경기부양책 내년 7월까지 지속"

美·中·유럽 제조업 동반추락 대응
유럽중앙은행(ECB)이 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연 0.5%로 0.25%포인트 내렸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ECB는 이날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10개월 만이다.

○유럽 실업률 12.1% 사상 최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오르는 등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가 ECB 금리인하에 압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금리인하는 시장 전망과 일치한다. 부정적인 경제지표 발표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11년 9월 이후 2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유로존의 3월 실업률도 12.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3월 물가상승률은 최근 3년래 최저치인 1.7%를 기록했다. ECB의 물가상승률 관리 상한선은 2.0%다.

○중국 미국 등도 제조업 경기 나빠 HSBC가 발표한 4월 중국 제조업 PMI는 전달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50 이상에 머물러 있다. 50 이상이면 경기가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제조업 PMI의 하부지수인 신규수출지수는 4월 48.4를 기록하며 올 들어 처음으로 50선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다.

다른 주요 경제권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4월 미국의 제조업 지수가 50.7로 지난달 51.3에서 0.6포인트 하락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올 들어 최저치다. 유럽의 제1 경제대국 독일의 PMI도 4개월 내 최저인 48.1에 그쳤다. 세계 3대 경제권의 동반 하락이다.

○ECB 금리 인하 효과 미미 분석도

ECB는 이날 최저 대출 금리도 연 1.5%에서 연 1%로 0.5%포인트 낮추고 예금금리는 ‘제로금리’를 유지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적어도 2014년 7월까지는 경기부양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필요할 때까지 확장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자금시장에 유동성을 실제로 공급하기 위해 오는 7월 만료되는 ‘만기 3개월 이하’ 단기자금(MRO) 지원도 최소한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만기 3개월 이상 장기대출(LTRO) 공급도 올해 말까지 확대한다.

일본과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로 인한 유로화의 환율 절상 우려도 금리 인하 배경으로 꼽힌다. 금리인하가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과 같이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국가들의 경기회복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CB가 금리를 낮춰도 은행들이 돈줄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ECB의 금리인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부 유로존 국가들의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줘 기업과 가계의 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윤선/강영연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