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시동 거는 순간 엔진소리에 중독…아~ 그런데 車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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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Joy - 최진석 기자의 '이 車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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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을 기념해 ‘911 카레라 4S’를 시승했다. 911은 일반적으로 후륜구동(뒷바퀴굴림) 방식이지만 이 모델은 4륜구동이다. 그만큼 접지력이 강하다. 도로를 ‘움켜쥔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포르쉐에 중독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배기음이 온몸을 후벼판다. 6기통 수평대향(실린더를 가로로 설치)엔진의 부드러우면서도 금속성 짙은 중저음의 배기음은 들을수록 더 듣고 싶어진다.
수평대향엔진은 피스톤이 누워서 좌우로 움직인다. 엔진이 누워 있는 형상이라 차체를 저중심으로 설계할 수 있다. 피스톤이 움직이는 모양새가 권투선수가 주먹을 뻗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복서 엔진’으로도 불린다. 6기통 3800㏄ 엔진은 최고출력 400마력의 괴력을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3초면 도달한다. 배기음에 심취해 넋 놓고 달리다 보니 북쪽 끝 임진각이다. 방향을 틀어 서쪽으로 향하자 어느새 영종도 앞 바다에 도착했다.
‘아, 어떡하지? 이제 그만 집에 가야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배기음이 ‘내귀의 캔디’처럼 달콤하게 들리고, 바닥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질감 때문에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으니 내달리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포르쉐의 서스펜션은 단단하고 댐핑 스트로크(서스펜션이 상하로 움직이는 거리)는 짧다. 하지만 거친 노면이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운전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충격을 제어하는 능력은 감탄할 만하다.
포르쉐에 중독되기는 쉽지만 구매 계약서에 사인하기는 무척 어렵다. 911 카레라 4S의 가격은 1억5300만원. 배기음에 흠뻑 취하면 이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포르쉐를 ‘드림카’라고 부르나 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