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兆단위 투자만 6곳 진행중…"공격 경영으로 위기를 넘어라"
입력
수정
수원 소재연구단지
서울 우면R&D센터 등 대형 현장만 7곳 달해
![수원 전자소재연구단지](https://img.hankyung.com/photo/201305/AA.7427427.1.jpg)
동쪽 2단지엔 10층 규모의 빌딩 10여개가 동시에 골조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DI·정밀화학·코닝정밀소재·제일모직 등 5개 계열사가 함께 짓는 전자소재연구단지다. 올해 말 완공될 이곳은 연면적이 42만㎡(12만7000평)에 이른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305/AA.7427913.1.jpg)
삼성전자가 이처럼 곳곳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업황이 어려울수록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그는 지난 1월 “올해 투자를 될 수 있는 대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 말은 숫자로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67조1500억원을 설비 투자에 쏟아부었다. 2010년 21조6200억원, 2011년 22조6700억원, 2012년 22조8600억원 등이다. 최근 3년간 R&D에도 30조원을 넘게 썼다.
삼성전자는 보유현금이 42조5600억원(3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이를 두고 ‘대기업이 돈을 쌓아놓고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보유현금이 늘어난 것은 최근 3분기 연속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에만 16조8000억여원이 쌓였다.
보유현금이 늘었지만 설비 및 R&D 투자로 34조7500억원을 집행했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과)는 “가진 돈을 언제, 어디에 투자할지는 기업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 때문인 만큼 그 배경을 조사해 불확실성을 없애줘야지, 누르려 하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인 4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70%가 삼성전자 몫이다. 작년 10월 반도체 불황 탓에 공사를 멈췄던 17라인 건설을 지난달 재개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향후 국내 설비 투자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는 그동안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 사실상 생산능력이 실제 수요보다 많다. 더 이상 투자를 늘리면 제품 값이 폭락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을 지어야 한다. ‘중국에서 제품을 팔려면 중국에서 만들라’며 수입관세를 높이면서 압박하는 중국 정부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설비 대신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R&D 투자는 2010년 9조38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8900억원으로 뛰었다. △R5 △전자소재연구단지 △부품연구소 △우면R&D센터 등 85만9500㎡(26만평)에 달하는 R&D 시설을 짓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수원사업장엔 2만명의 제조인력이 일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체 3만명 중 75%인 2만3000여명이 R&D인력”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