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로스쿨 정보 '깜깜이' 만드는 법무부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 취지에 걸맞게 전문 경력자 중 우수 인재를 임용했습니다. 검찰의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 문화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겁니다.”

법무부는 지난 6일자로 임용된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신임 검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임용 대상자에는 공인회계사, 변리사, 대기업 책임연구원, 경찰관 출신 등이 포함됐고, 비(非) 법학 전공자가 전체 인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로스쿨별 합격자 수와 비율 등은 ‘깜깜이’다. 법무부가 로스쿨 서열화를 막고 채용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비공개 원칙을 지키고 있어서다. 지난해 로스쿨 1기 검사 발표와 지난달 말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때도 로스쿨별 합격자 수와 비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법무부 의도와 달리 현장에선 반발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일부 대학에서는 홍보를 위해 합격자 수를 부풀리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잘못된 형태의 서열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로스쿨별 취업 정보를 자세히 알지 못하니 오히려 대학 간판만 보고 지원하는 사람도 많다”며 “소비자로서 정당한 알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깜깜이’ 발표 탓에 학벌 편중이 더욱 심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임용된 로스쿨 1기 검사 중 86%(36명)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부 출신이라고 밝혔다. 나승철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다양성을 도모하겠다던 설립 취지와 달리 학벌 서열화가 더 굳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대법원이 재판연구원(로클럭) 임용자를 발표하면서 로스쿨별, 출신 학부별 합격자 수를 상세하게 공개하면서 법무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로클럭과 달리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 조직 특성상 출신 대학이나 로스쿨 등을 발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이 오히려 더 큰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법무부는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