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랠리] 北 리스크 잦아들자 가팔라진 원高…'100엔당 1100원' 4년8개월 만에 무너져

원화값 한달새 50원 껑충
엔저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원화 가치가 강하게 튀어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100엔당 원화 환율은 4년8개월 만에 1100원이 무너졌다. 지난 3월 이후 북한 핵 위협 등으로 반등하던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출전선에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원90전 내린 1086원50전에 마감했다. 3월6일(1082원60전) 이후 최저치다. 나흘 연속 하락인 데다 지난달 8일(1140원10전) 이후 한 달 만에 50원 이상 빠질 정도로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외환 당국자가 장중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불필요하게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하락을 막진 못했다. 이 같은 원화 강세 속에 서울 외환시장 마감(오후 3시)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97원81전을 기록했다. 2008년 9월29일(1089원26전) 이후 처음으로 1100원을 밑돈 것이다.

최근 원화 강세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환율을 끌어올렸던 북한의 도발 위협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원고 현상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위원은 “지난달 중순 이후 조선사들의 대규모 수주와 외국인의 한국 국채 투자가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서는 유럽중앙은행(ECB) 호주 등의 잇단 금리 인하로 글로벌 자금의 위험 선호도가 높아지며 원화 투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 흐름은 좀 더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 리스크가 줄어든 데다 글로벌 자금이 계속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하락 속도나 폭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 연구위원은 “원·엔 환율 1100원 선 아래에선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예상된다”며 “엔저로 인한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 하락 우려도 환율 낙폭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분기 말 원·달러 환율을 1080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호주 ANZ은행 등 일부 투자은행(IB)은 2분기 말 환율을 1050원까지 볼 정도로 가파른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