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가 골프스코어 좌우하듯 호텔에선 고객불만 처리가 최우선"

골프로 배우는 인생 - 김영문 SK네트웍스 워커힐 경영지원실장

동반자 챙기는 '명랑골퍼'
소통으로 조직분위기 이끌어…부하에겐 말보단 따뜻한 격려

홀 대신 그린 가운데 공략
위험한 버디보다 파 목표…재무 일 하다보니 '안전' 찾게 돼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골프나 호텔업이나 위기관리가 성과를 크게 좌우하죠.”

구력 10년의 김영문 SK네트웍스 워커힐 경영지원실장(51·상무·사진)은 자신의 골프 철학으로 위기관리론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만난 김 상무는 기자가 질문하자마자 아이언을 꺼내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골프에서 공이 벙커나 해저드에 빠지거나 OB가 났을 때 리커버리를 잘하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위기 상황을 잘 헤쳐 나가면 역전의 발판을 만들 수 있죠. 호텔에선 고객의 컴플레인(불만) 처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고객이 떨어져나갈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불만을 잘 처리하면 단골 고객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몇 년 전 워커힐에 투숙한 일본인 고객이 객실에서 소음이 난다며 방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했다. 방을 바꿔줬지만 거기서도 소음이 난다며 또다시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세 번이나 방을 바꿔주는 공을 들였다. 김 상무는 “그런 응대에 그 일본인 고객은 ‘이렇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호텔은 처음’이라며 워커힐의 서비스를 극찬했고 1년에 대여섯 번씩 한국에 올 때마다 워커힐에 묵는 중요 고객이 됐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필드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명랑골퍼’라고 자처하는 김 상무는 팀 플레이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지만 동반자들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며 “회사에서도 팀 리더로서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에 따라 성과는 다르게 나타난다”고 했다. 일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그만의 소통론도 피력했다. 김 상무는 “진정한 소통은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면서 “말하지 않더라도 조직원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아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분야 전문가인 김 상무는 골프에서도 안정성을 추구한다. 홀인원을 노리려면 홀을 겨냥해야 하는데 그는 파3홀에서도 그린 중앙을 공략한다. 위험한 버디가 아니라 안정적인 파를 목표로 공을 친다. 이 때문에 홀인원을 한 번도 못해봤다고 한다.

“재무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일의 특성상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해왔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동화은행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조흥은행에 인수·합병되면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어요. 그때 내 가슴은 사업을 하라고 말했지만 결국 안정적인 회사를 선택해 여기까지 왔네요.” 김 상무는 요즘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와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 중이다. 그는 “골프에서 기본기를 다지는 게 중요한 것처럼 한국 관광산업의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해선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호텔 자체 아카데미를 활용해 호텔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실무 중심의 교육을 시켜 관광분야 인재를 길러내고 싶다”며 자신의 구상을 내비쳤다.

김 상무는 지난해까지 한 달에 서너 번씩 필드에 나가는 주말 골퍼였다. 올해는 골프를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필드에 나가지 않고 골프책을 보며 이론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인데 골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4명이 한 팀이 되는 골프장에서 캐디는 중요한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제 골프 매너 1번이 캐디에게 예의를 지키는 겁니다. 존댓말을 쓰고 꼭 고맙다고 얘기합니다. 기업으로 따지면 중요한 협력업체인 셈이죠. 서로 존중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스코어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 아니겠어요.”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