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선 '乙의 설움'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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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증시 甲·乙주 희비5월 증시에서 소위 ‘갑(甲)주’와 ‘을(乙)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기내 폭행사건과 남양유업 직원의 폭언사태 이후 사회에서 ‘을의 반란’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완성품 세트업체와 원청업체, 대기업 등 ‘갑주’로 분류될 만한 종목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자동차 부품주와 휴대폰 부품주를 중심으로 한 ‘을주’는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대기업에 종속됐던 중소형주들이 제값을 받을 여건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남양유업 5일 연속 하락
팜스코·대주산업·마니커 등 중소 식품업체 두 자릿수 상승
자동차 등 완성품업체 지지부진
관련 부품株는 꾸준히 올라…중소형주 '제값받기' 분위기 조성
○을의 역습에 무너진 ‘황제주’ 직원 폭언과 제품 강매 의혹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은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76% 떨어진 10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갑의 횡포’가 본격적인 사회문제가 된 지난 2일 이후 5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이달 들어 하락폭은 13.91%에 달한다. 장중 97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 2월27일 이후 처음으로 ‘황제주’의 기준인 100만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반면 유제품 시장 경쟁업체인 매일유업은 6.35% 급등하며 대조를 보였다. 남양유업의 추락과 매일유업의 수혜가 이어지면서 두 회사 간 시가총액도 역전됐다. 이날 매일유업 시총은 7410억원으로 남양유업(7222억)을 200억원가량 앞섰다.
김혜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두 업체가 국내 시장점유율을 놓고 다투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불매운동이 번질 경우 남양유업 시장점유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남양유업의 약세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을의 역습’으로 촉발된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간 증시지형 변화는 식음료주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5월 들어 67개 식음료 종목 중 35개 종목이 상승(7일 기준)했는데 대부분 중소형 식품주였다. 팜스코(15.71%) 대주산업(12.65%) 같은 축산·사료업체와 푸드웰(5.07%) 동우(4.91%) 등 중소형 식품가공업체들이 선방했다.
대신 오뚜기(-8.11%) 빙그레(-7.30%) CJ제일제당(-6.90%) 롯데푸드(-6.25%) 같은 대기업 종합식품업체들은 약세를 보였다. 남양유업은 같은 기간 식음료 67개 전종목 중 하락률 1위(-12.26%)의 불명예를 얻었다.
○자동차·휴대폰 부품주 ‘을의 약진’ 5월 ‘을주의 약진’은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대기업에 주로 납품하는 자동차·휴대폰 부품주에서도 두드러졌다. 현대차(-2.51%) 기아차(-0.18%) 등 완성차 업체들이 지지부진하는 동안 122개 자동차 관련주 중 부품주 92개가 상승했다. 부품주 내에서도 현대모비스(3.2%) 현대위아(3.52%) 같은 대기업 부품사보다는 중소형 부품사 상승률이 높았다. 삼목강업 에스앤씨엔진그룹 엠에스오토텍 디브이에스 등이 5월 4거래일 동안 10%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1.81%)와 LG전자(-3.97%) 등 휴대폰 세트업체가 부진한 반면 부품주들은 중소형사를 필두로 약진했다. 65개 휴대폰 부품주 중 39개가 상승했으며 성우전자 솔라시아 캠시스 경원산업 등 8개 소형사가 10% 이상 올랐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품사들의 거래처가 해외 기업으로 다변화되면서 완성품 업체와 주가 동조현상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대기업이 단가인하 압력이나 경쟁업체 신설 등을 통해 부품시장을 통제했다”며 “하지만 최근 부품사들의 덩치가 커지고 입지가 강화되면서 부품업에 대한 대기업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