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두가 甲인 회사도 있다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
마조리 켈리 지음 ㅣ 제현주 옮김 ㅣ 북돋움 ㅣ 336쪽 │ 1만5000원
존 루이스 파트너십(JLP)은 백화점 35개, 식료품점 272개를 보유한 영국 최대의 백화점 체인이다. 연 매출 134억달러의 이 기업이 미국 회사였으면 당연히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되고 증시에 상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JLP는 7만6500명의 직원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종업원 소유 기업이다. JLP는 직원의 행복을 기업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직원들은 매년 이익을 공유하며, 회사 경영에 대해 발언권을 갖는다. 놀랍게도 이런 목표를 가진 이 종업원 소유 기업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JLP는 주요 유통 경쟁사들보다 높은 최상위급 이익률과 생산성을 보여줬다.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의 저자는 오늘날 경제위기의 원인을 소유 구조의 왜곡에서 찾는다. 저자는 “일하는 자와 이익을 챙기는 자가 구분된 주식회사의 소유 구조가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주식회사 방식의 소유 구조를 ‘추출적 구조’라고 일컫는다. 기업이나 자원 등 소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부터 가치를 뽑아내 금전적 부로 환산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구조라는 것. 이런 구조 아래에서 소유주는 돈벌이에만 급급할 뿐, 삶의 터전이 훼손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한다. 소유주는 그곳에서 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생성적 소유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단순히 자본을 댄 사람들만 아니라 회사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기업의 주인이 된다. 소유주는 기업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일구고 과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진짜 주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JLP와 같은 협동조합식 소유모델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매출 110억달러의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 농장주들이 주인인 유기농 유제품 업체 오가닉밸리 등 세계 곳곳에 이런 기업이 있다. 저자는 ‘이익 뽑아내기’를 넘어선, 세상에는 기업하는 다른 방식도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