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와트는 기술혁명을 지연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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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점에 반대한다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는 산업혁명의 영웅인가, 기술발전을 정체시킨 독점적 이윤추구자인가.
미셸 볼드린·데이비드 K.러바인 지음 ㅣ 김평수 옮김 ㅣ 에코리브르 ㅣ 471쪽 │ 2만3000원
《지식독점에 반대한다》의 저자들은 사뭇 도전적인 질문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와트는 특허권을 자신의 창조적 재능을 발휘하는 촉진제로 사용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배타적 이익 추구를 위해 기술발전을 저해한 것일까. 논의를 확대해 오늘의 현실에 적용한다면 특허권과 저작권을 중심으로 한 지식재산권은 과연 창조적 활동을 자극하기 위한 필요악일까. 아니면 기술발전을 가로막는 불필요악일까. 저자들의 답은 부정적이다. 특허와 저작권에 대한 법적 장치는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권리와 그 아이디어의 복제본 사용을 통제하는 권리인데 이와 같은 지식독점이 창의적 활동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218달러짜리 영화를 하나 만들면서 음악사용권료로 40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현실에서 창의적 활동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자신의 특허권을 사수하기 위해 경쟁자를 철창으로 보낸 와트에게 그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적 주장이긴 하지만 특허권을 둘러싼 애플과 삼성의 소모적 소송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식재산권에 발목 잡힌 기술시장의 현주소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