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5명중 3명은 비만…합병증 위험도 4배 이상

'뚱뚱한 당뇨환자' 급증

당뇨 치료제가 비만 유발
혈당분해 인슐린 기능 막아…혈당 올라도 계속 배고파져

혈당·식욕 동시 관리해야
식욕억제 주사로 포만감 지속…아예 위절제 시술 효과 좋아
김욱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센터장이 비만형 당뇨 환자에게 ‘루와이 위 우회술’을 시술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당뇨병 환자가 비만이 되면 심뇌혈관 등의 부작용 위험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평소에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제공
‘뚱뚱한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다. 비만형 당뇨병 환자는 다른 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김욱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센터장은 “최근 들어 당뇨병과 비만을 동시에 가진 ‘비만형 당뇨’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당뇨환자 5명 중 3명은 비만에 속한다”고 말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체중까지 과다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이 네 배 이상 높아진다”며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만큼 비만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과체중일 때 당뇨병 확률 12배
미국당뇨학회는 과체중인 사람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정상 체중인보다 6~12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2011년 발표했다. 성별이나 유전자, 사회경제적 지위보다 비만이 당뇨병에 더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국제당뇨연맹(IDF)도 최근 세계 각국의 당뇨학회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체중을 5%만 줄여도 제2형 당뇨병(비만형 당뇨)으로 인한 합병증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만은 어떻게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일까. 인슐린은 혈당을 분해해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체지방은 인슐린의 이런 작용을 방해한다. 따라서 체지방이 늘면 혈중 혈당 수치는 높아지지만 세포는 배고픈 상태가 되고, 세포는 계속해서 먹을 것을 찾게 되면서 혈당 수치가 더욱 높아진다. 혈당이 높아지면 혈액이 끈적해지며 피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른 병을 수반하게 된다. ○설폰요소제가 체중 증가 요인

당뇨병 환자가 된 뒤에 체중이 더욱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수도권 병원 네 곳에서 치료받은 당뇨병 환자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51%가 당뇨병에 걸린 뒤 체중이 늘었다. 또 체중이 증가한 사람 중 65%는 3㎏ 이상 늘었다. 당뇨병 환자의 체중이 늘어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당뇨병 약인 ‘설폰요소제’다. 김 센터장은 “당뇨병 환자의 70~80% 정도는 설폰요소제를 쓰는데, 이 약은 식욕을 증가시켜 비만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학회 조사 결과 설폰요소제의 체중 증가 부작용을 아는 환자는 36%에 불과했다. 김 센터장은 “체중 증가 부작용보다 혈당 조절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상당수 의사는 설폰요소제가 비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일단 찌면 빼기 어려워
당뇨병 환자는 일단 살이 찌면 일반인들보다 살 빼기가 더 힘들다. 당뇨병 환자는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기 힘든 데다 일반인보다 신진 대사율이 떨어져 지방을 충분히 연소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비만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안 교수)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33운동’이 당뇨 관리 프로그램으로 유행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체중 3㎏, 허리둘레 3㎝를 줄이자는 운동이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도 진료 가이드라인에 비만관리 요소를 추가했다. 비만 상태인 당뇨병 환자에게 예전에는 식욕억제제 등의 비만 치료제를 처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대표적인 식욕억제제인 시부트라민 제제(리덕틸 등)가 판매금지되면서 이 방법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김 센터장은 “당뇨병 환자 중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만으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15% 정도”라며 “그나마 빠진 체중을 6개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만대사 수술로 식사량 조절

최근엔 비만형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혈당조절과 식욕억제 기능을 동시에 가진 주사약을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 소장에서 나오는 ‘인크레틴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을 투여하는 것이다. 이 약은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더 분비하도록 하는 한편 소장의 운동능력을 떨어뜨려 음식물을 서서히 흡수하게 한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한다.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 환자가 스스로 하루 2회 3개월간 주사하면 5㎏ 정도 체중이 빠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도 비만이거나 심한 저혈당 등의 이유로 인슐린 주사를 맞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수술을 하는 방법도 있다. ‘루와이 위 우회술’이 그런 수술이다. 이 수술은 위를 잘라내는 것으로 식사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위를 잘라서 윗부분 위(15~20㏄ 크기의 작은 계란 정도)와 나머지 위를 분리한 뒤 윗부분 위에 소장을 올려 연결하는 수술이다.

고난도의 수술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비만수술 중 가장 효과가 좋다. 여의도성모병원 등에서 비만형 당뇨환자에게 많이 시술하고 있다. 현재까지 특별한 부작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수술 이후 영양소가 줄어들 것에 대비, 비타민 정도만 꾸준히 복용하면 체중 감소와 당뇨 관리 효과를 낼 수 있다.

2009년 국내 최초로 당뇨병·비만수술센터를 연 여의도성모병원은 이달부터 비만형 당뇨를 앓고 있는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병원을 방문, 소화기센터에 신청서를 내는 환자를 선별해 총 8명에게 수술비 전액(약 1300만원)을 지원한다.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욱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센터장·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