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20세기 최고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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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선생님 눈엔 성모마리아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저울로 보여요.” “내가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심사위원들보다 답을 더 완벽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술 선생에게 이 같은 답변을 쏟아냈던 스무 살짜리 스페인 학생은 결국 미술학교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이 청년의 자신감은 꺾이지 않았다. ‘20세기 최고의 초(超)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이야기다.
달리는 109년 전(1904년) 오늘 스페인 북부 피게라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고집불통이었던 달리는 14세 때 미술학교에 입학했지만 괴팍한 성격 탓에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그의 외고집은 그러나 천부적인 재능과 어우러져 예술가 자질로 승화했다. 1928년 파리로 건너가 파블로 피카소, 디자이너 코코 샤넬 등과 사귀면서 절정의 작품들을 그려냈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그린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말, 사자’(1930) ‘기억의 지속’(1931) 등이 이때 작품이다. 미국과 유럽 화단에서 유명 화가가 된 그의 재능은 영화, 연극, 무대장치 등의 부문에서도 빛을 발했다. 전위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를 만들었고, 막대사탕의 대명사 격인 ‘츄파춥스’의 포장 디자인도 맡았다.
그의 인생은 굴곡이 없었다. 변호사 아들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평생 해로하며 자식도 얻었다. 생전에 그림값도 제대로 받아 부(富)와 명성을 함께 누렸다. 1989년 85세 때 폐렴 합병증으로 눈을 감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