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식에 무슨 일이…'甲 횡포' 남양유업 시총 1000억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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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지분 매도 구설수…'사과' 약발도 안 먹혀주당 100만원이 넘어 ‘황제주’로 불리는 남양유업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말 52주 최고가(117만5000원)로 정점을 찍은 직후 자사 영업소장의 ‘막말 녹취록’이 공개된 게 결정타였다. 남양유업 주가는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7000원(0.69%) 떨어진 100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주당 98만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지분 5% 보유한 국민연금, '투자금 회수' 압박 불똥
○남양유업의 악몽 같은 1주일

‘막말 녹취록’이 유포되기 직전인 지난 2일 남양유업 종가는 114만9000원이었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9일 소폭 반등한 것을 빼고 남양유업 주가는 매일 하락했다. 이 기간 허공으로 날아간 시가총액만 1166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번 대형 악재가 수그러들 조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홍원식 회장이 최근 자신의 지분을 수차례에 걸쳐 처분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다 대리점피해자협의회 측이 ‘남양유업 측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해서다.
홍승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남양유업의 대외 이미지 추락뿐만 아니라 실적 면에서도 지속적인 타격이 예상된다”며 “주가가 1주일간 10% 남짓 떨어졌는데 악재의 크기에 비하면 조정 폭이 너무 작다”고 진단했다. 주식 유통량이 72만주에 불과하고 폐쇄적인 경영을 고수해온 남양유업의 전략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번 파문이 남양유업 주가엔 일시적인 충격만을 미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남양유업이 분식회계 등 재무적 신뢰도를 깨뜨릴 만한 비리를 저지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서서히 제 가격을 되찾을 것”이라며 “재무구조만 놓고 보면 부채가 거의 없고 현금 유동성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투자 논란으로 이어져
다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한 남양유업 지분은 0.36%에 불과해 당장 투자 철회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나머지 5.04%를 외부 위탁운용사를 통해 확보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대상 기업의 대표가 엄청난 비리에 얽혀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위탁사에 투자 지시를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