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쓰나미] 정부·법원·노조 얽힌 '3차 방정식'…어떤 시나리오든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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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해법 어떤게 있나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에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하면서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 통상임금 범위 입법화
대법 판결 무력화 가능…국회 수용 가능성 낮아
(2) 노사정 대타협
勞 "대화 필요성 못 느껴"…정부 명분쌓기용 분석도
(3) 대법 전원합의체 회부
절차상 정당성 얻지만 판결 번복땐 신뢰추락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의 반발, 사법부의 독자 판단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일단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어떤 시나리오를 채택하든 만만치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①통상임금 범위 입법화
정부가 내심 가장 선호하는 해결책은 근로기준법 개정이다. 현재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주는 정기적이고 일률적인 금품’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해놓은 조항은 시행령보다 아래인 예규(고시)다.
정부는 이 예규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할 경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지난해 3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안은 되돌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향후 기업들의 추가 인건비 부담은 줄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방안의 결정적 단점은 국회가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현 시점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상여금 배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환노위 구성이 ‘여소야대’인 데다 노동계까지 반발하고 있어 여당 의원들도 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가 쉽지 않다.
국회에 상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회의 벽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원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얼마나 ‘존중’할지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②노·사·정 대타협 고용부가 1차 대안으로 제시한 해법이다. 노사 간 대화를 중재해 해법을 찾겠다는 것. 임무송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을 그어서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이 문제를 정리할 건지 충분히 협의해 공감대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다. 법원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잘해야 본전’인 협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이 방미 중에 언급한 ‘통상임금 공론화’ 발언은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 방안은 명분 축적용일 뿐, 실제로는 정부가 법령 개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③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로 풀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동안 대법원이 통상임금 범위를 놓고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대법원은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과거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등의 해석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사건을 처리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논란의 기폭제가 된 지난해 4월 금아리무진 판결은 재판관 4명만 참석하는 소부선고로 이뤄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다시 나설 경우 절차상 당위성을 얻을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민감한 국회 등에서 문제를 푸는 것보다 시간도 덜 걸릴 것”이라며 “다만 기존 판결을 번복할 경우 법원 신뢰의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에는 통상임금의 범위와 관련한 소송이 10여건 계류돼 있다. 만약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종적으로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면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법적 논란은 불식되겠지만 민간과 공공 부문은 당장 최대 50조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양병훈/정소람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