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의장의 '새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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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13일 오전 8시50분께 그 긴 차량의 줄을 제치고 검은색 에쿠스 3대가 2차로를 달리다 갑자기 유턴을 했다. 1차로의 차량과 2차로의 차량이 동시에 돌면 충돌 위험이 있다. 에쿠스 3대는 그렇게 ‘새치기’를 하고는 국회 안으로 사라졌다. 3대의 차량 중 가운데 차량은 강창희 국회의장의 관용차였다. 번호판이 증명한다. 앞뒤의 에쿠스는 경호원들 차다. 이 새치기는 뒤에 있던 일반시민의 차량들을 사고 위험에 노출시켰다. ‘줄을 서면 갈 수 있다’는 보편적이고 단순한 원칙도 흔들리게 했다.
확인 결과 이날 아침 강 의장 일정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오전 9시에 매주 월요일 열리는 비서실 회의가 있었을 뿐이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통상업무였다”고 했다.
의장실 측은 “이런 건 잘못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의장님은 모르는 일로 경호팀이 제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앞으로 주의하고 차례를 지키겠다”고 했다. 법과 규칙을 세우는 국회의장이 먼저 사회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게 상식이 아닌가 싶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