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公資委 사무국장이 공석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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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훈 증권부 기자 bada@hankyung.com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기자 간담회에선 “공직에서 마지막 사명이라는 각오로, 제 직(職)을 걸고 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신 위원장이 자리를 건 우리금융 민영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관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다. 공자위에서 6월 말까지 민영화 방안을 마련해 가능한 한 빨리 우리금융을 민영화하겠다는 게 신 위원장 계획이다. 공자위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금융회사 부실채권 및 구조조정기업 자산 인수 등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 등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설립된 민관합동위원회다. 8명의 위원은 모두 비상근이다. 대신 국장급 고위 공무원인 사무국장이 실무 업무를 총괄한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 밑그림을 그려야 할 공자위 사무국장 자리가 3개월째 텅 비어 있다. 지난 2월 중순 전임 사무국장이 교육파견 발령을 받은 뒤 후속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답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사이에서 진행 중인 고위직 ‘나눠먹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의 상당수 고위 공무원들은 노무현정부 때까지 재정경제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명박정부 들어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이 분리되면서 지금의 조직 형태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두 부처의 고위 공무원들이 인사 수요와 적체 정도에 따라 양 부처를 오가는 관행이 생겨났다.
신 위원장 자신이 이명박정부 때 기재부 제1차관을 지냈다. 반대로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이다. 뿐만 아니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바로 직전에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냈고, 최종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기재부 차관보에서 옮겨왔다. 그러나 아직도 마땅한 보직을 찾지 못한 고위직 인사들의 자리를 배려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람을 더 받으라’는 기재부 요청에 금융위가 ‘우리 코가 석자’라며 난색을 보이면서 국장급 인사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 위원장 말대로 우리금융 민영화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추진할 공자위 사무국장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장기간 공석인 걸 보면 정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류시훈 증권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