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부도때 대출…공제기금 덕에 살았죠"

중기중앙회 공제사업기금 도입 29년…혜택 받은 기업 얘기 들어보니

1만3500여개社 가입
금리 낮고 수수료도 없어…운영 자금난 해결 도우미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 지원을 받아 경영 위기를 극복한 6개사를 초청, ‘위기극복 사례 발표 및 감사 행사’를 열었다. 장상국 그린맥스 관리이사(왼쪽부터), 김순성 파인켐텍 사장, 조성환 신성컨트롤 사장, 전석봉 중기중앙회 공제사업본부장, 안경규 에이스이노텍 사장, 김효기 삼진프라코 관리부장 등이 감사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 지원을 받아 경영 위기를 극복한 6개사를 초청, ‘위기극복 사례 발표 및 감사 행사’를 열었다. 장상국 그린맥스 관리이사(왼쪽부터), 김순성 파인켐텍 사장, 조성환 신성컨트롤 사장, 전석봉 중기중앙회 공제사업본부장, 안경규 에이스이노텍 사장, 김효기 삼진프라코 관리부장 등이 감사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1994년 거래처 두 곳이 갑자기 부도났습니다. 채권 2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직원들 월급도 못 주던 때였죠. 그때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의 ‘부도어음 대출’로 간신히 살아났습니다.”(강대식 그린맥스 사장)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 위기극복 사례 발표 및 감사 행사’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의 갖가지 사연이 쏟아졌다. 이들은 중기중앙회에서 운용하는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위기를 극복한 업체들이다. 중기 공제기금은 1984년 시작된 국내에서 유일한 중소기업 상호부조 공제제도다. ○“부도어음 대출로 위기 극복”

1988년 인천 남동공단에서 특장차 부품 제조·판매 사업을 시작한 강 사장은 1991년 공제기금에 가입했다. 물품을 납품하고 거래처에서 받은 약속어음이 금융권 할인이 안 돼 곤란을 겪고 있을 때 공제기금에서 어음대출을 받게 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거래처가 도산하고 금융권 대출도 막혀 한때 사업 포기까지 결심했으나, 이때도 공제기금의 부도어음 대출로 기사회생했다.

강 사장은 “담보 제공, 연대보증인 요구 등 은행에선 중소기업에 까다로운 약정 체결 조건을 내걸어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며 “공제기금은 금융권만큼 규모가 크지 않지만 한도 내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기 공제기금을 ‘한 줄기 빛’ 같다고도 표현했다. 아크릴 접착제를 생산하는 파인켐텍은 2008년 회사 규모가 커질 때 공제기금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거래처에서 당좌수표 등을 받아 당장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은행에서는 할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김순성 사장은 “공제기금은 1년에 열 번 이상 가계·당좌수표 대출을 해줬다”며 “단기운영자금 대출 7500만원을 받아 원부자재를 구매하고 운영비를 조달해 회사를 지금의 규모로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출 최저금리는 연 5% 방음판 제조업체 신성컨트롤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어음수표 대출을 40회가량 이용한 ‘모범생’이다. 지난해 거래처가 부도났을 때 5억5000만원의 부도어음 대출을 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고 수수료가 없어 올해 이미 여섯 차례 이용했다”고 밝혔다.

기금 가입 기업들은 IMF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어려운 시기마다 공제기금이 위기의 강을 건너게 해준 다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기금은 거래처 부도에 따른 연쇄 도산 방지 및 경영 안정화를 위해 1984년 만들어졌다. 지난 4월 말 현재 1만3500여개의 중소기업이 가입했으며, 이들에게 7조8000억원이 지원됐다. 기금 규모는 4300억원으로 공제부금이 62.3%, 정부 출연금 33%, 운용수익 4.7%로 이뤄져 있다. 전석봉 중기중앙회 공제사업본부장은 “다음달부터 기금에 가입한 중소기업이 자금을 더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대출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동산 담보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안산 울산 포항 목포 등 전국 주요 도시에 공제기금 출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대출 상품은 부도어음대출, 어음·수표대출(어음과 수표의 현금화), 단기운영자금대출, 매출채권보험담보 대출, 공동구매·판매사업자금대출 등 다양하다.

부도어음대출은 무이자, 다른 상품의 최저금리는 대략 연 5% 선이다. 최근 기업은행 외에도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으로 거래은행을 확대했다. 부금을 다른 기업에 승계할 수는 없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中企 공제사업기금중소기업을 위한 상호 부조기금.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을 막고 경영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1984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들었다.

부금은 한 달에 10만~200만원씩 낸다. 일곱 번 이상 부금을 납부하면 신용등급에 따라 부금 잔액의 3~20배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