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거침없는 SPA 영토확장

신발 브랜드 '슈펜' 선보여…아웃도어·주얼리도 추진
박성경 부회장 "세계 1위될 것"
이랜드그룹이 옷, 신발에 이어 아웃도어, 주얼리 등도 제조·직매형(SPA·패스트패션) 브랜드로 판매한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여동생이자 ‘창업동지’인 박성경 부회장(사진)은 최근 직원들에게 “앞으로 5년 안에 아시아 지역에서 SPA 1위 기업이 되고 10년 뒤엔 세계 1위가 되자”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랜드의 SPA 브랜드를 입고 걸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확장되는 SPA영토 이랜드그룹의 패션·유통 사업 계열사인 이랜드월드는 의류 SPA브랜드 ‘스파오’ ‘미쏘’ ‘미쏘시크릿’을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줄줄이 선보였다.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금 더 유행에 민감한 의류를 생산해 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를 모두 사로잡겠다는 의도였다.

이랜드의 SPA영토는 단순 의류뿐 아니라 신발과 아웃도어로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NC백화점 송파점에 국내 최초의 SPA 신발 브랜드 ‘슈펜’의 1호점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총 990㎡(약 330평) 면적에 ‘슈즈 라이브러리(신발 도서관)’라는 테마로 2000여개의 상품을 갖췄다. 오픈 첫날 총 3만여명이 찾아 이 중 2500여명이 1억30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민혜정 이랜드 잡화부문 상무는 “슈펜의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2~3년 전부터 중국, 동남아의 공장 수백 곳을 돌아다니면서 생산처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이랜드 측은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신제품을 들여와 전체 상품의 30%를 새 상품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가격은 최저 1만9900원으로 책정했으며,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을 적용한 여성용 구두는 2만9900~3만9900원에 판매한다. 이랜드는 올해 5개의 슈펜 매장을 선보여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최초로 아웃도어 SPA 브랜드도 내놓는다. 다음달 도봉산에 1호점을 내는 ‘루켄’은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의 30~50% 가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랜드 계획대로라면 이곳에서 10만원으로 아웃도어 상·하의와 재킷까지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주얼리, 핸드백도 SPA로
이랜드 고위 관계자는 “박성수 회장, 박성경 부회장의 지시로 그룹의 모든 패션사업을 SPA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신발에 이어 주얼리, 핸드백, 모자 등 다른 패션 부문에서도 새 브랜드를 선보이거나 기존 브랜드를 SPA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얼리 브랜드의 경우 기존의 ‘로이드’ ‘클루’ ‘O.S.T’를 SPA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랜드가 이처럼 ‘SPA 왕국’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경기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패션시장이 유행에 민감한 저가 의류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도 저마다 합리적 가격대의 서브 브랜드를 내놓거나 홈쇼핑과 협업해 대중적인 브랜드를 선보이는 추세다. ○테마파크는 미래 성장동력

지난 3월 이랜드가 발표한 제주 테마파크 ‘더 오름 랜드마크 복합타운’은 패션부문의 SPA와 함께 이랜드가 미래 먹거리로 꼽는 핵심 프로젝트다. 이랜드는 2015년 준공예정인 100만㎡(약 30만평) 규모의 제주테마파크에 이어 2차로 선보일 테마파크 자리를 물색 중이다.

박 부회장은 “NC백화점 등 유통시설 안을 채울 수 있는 패션·외식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한 게 이랜드의 1차 도약기였다면 테마파크 등 즐길거리를 만드는 것은 2차 도약기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