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중소제조업체 2000개 '엑소더스'

중국진출 한국中企 명암 - 수출제조업은 줄고 내수업체는 늘고

치솟는 인건비에 인력난
외자기업 혜택 폐지 '3중고'…가동기업 1000여곳 그쳐
칭다오 의류업체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 노동집약적인 업체들은 인건비 급등과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낙훈 기자
칭다오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은 몇 개인가. ‘중국 내 구로공단’으로 불리는 이곳 진출 기업은 2005년 6000개(자영업 포함)에 달했고 교민도 1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업이 급감하고 교민도 반 이하로 줄었다.

이곳의 한국 기업은 중국 측 통계로는 3319개(2011년 6월 기준)다. 피크 때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KOTRA 칭다오무역관이 조사한 결과 연락이 닿는 업체는 1000개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 통계와 2000개 이상 차이난다. 권용석 칭다오무역관장은 “중국 측에서 업체 명단을 입수해 6개월 동안 전수조사한 결과 실제 가동 중인 업체는 1000개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내용 노출을 꺼려 접촉을 피하는 업체를 400~500개로 추정해도 중국 측 통계와 너무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조용히 문닫은 업체 많아

칭다오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인은 “아마도 중국 통계는 폐업한 업체를 즉각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기업이 철수하면 그동안 묵인해주던 사회보험이나 각종 세금 누락분을 철저히 조사해 한꺼번에 부과한다”며 “부가가치가 낮은 가공무역업체는 공장을 정리해도 이를 정산하는게 불가능해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행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어렵다. 한국으로 유턴하겠다고 선언한 14개 액세서리업체(고려 중인 업체 포함시 50개사)와는 달리 문을 닫거나 중국 내륙 혹은 동남아로 이전했을 것으로 현지 기업인들은 추정했다.

○인건비 급등·인력난 가중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급등과 인력난이다.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 지역 최저임금은 2009년 760위안에서 올해는 1380위안(약 25만원)으로 4년 새 81.6%나 올랐다. 매년 두 자릿수로 상승한 것이다. 잔업과 특근 수당 등이 포함된 평균임금도 가파르게 올라 이 지역 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평균 2500~3200위안(약 45만~57만6000원) 정도를 지급한다. 급등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최저임금을 연평균 13%씩 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상태다.

구인난은 여전하다. 1가구 1자녀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농촌의 잉여인력이 고갈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자기업에 주는 혜택도 완전히 사라졌다.

○기술력 바탕 시장 개척해야 하지만 칭다오 진출 기업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용 실내등을 만드는 칭다오일흥자동차부품의 강태희 법인장은 “2011년 매출은 3200만위안이었는데 작년에는 5000만위안에 달했고 올해 목표는 8000만위안으로 잡는 등 매년 50%가량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형기관차업체인 한신전자의 조성한 사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2006년 진출 당시 미미했던 수출을 지난해 1200만달러로 늘렸다. 조 사장은 “모형기관차의 부품 3000개 중 일부만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는 70여개 협력업체에서 조달하면서 이들에 대한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해 바이어에게 신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의 실태를 조사 중인 글로벌리서치업체 넥스텔리전스의 오상훈 부사장(57)은 “중국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단순임가공 형태의 가공무역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가공무역 형태로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면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중국 내수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기 위해선 기술력 있는 제품에 서비스가 결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칭다오=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