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弗 '핑크 머니'를 잡아라

동성·양성애 등 4억명 타깃, 상속·노후 금융상품 잇달아
“‘핑크 머니’를 잡아라!”

레즈비언과 게이(동성애자),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랜스섹슈얼(성 전환자)의 앞글자를 딴 ‘LGBT’ 시장이 세계 자산운용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프랑스 등 선진국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가운데 세계 LGBT 인구가 4억명, 연간 구매력은 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이들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LGBT 인구가 2억명에 달하는 아시아 시장이 중요한 공략 포인트다. 관련 전문 자산운용사인 LGBT캐피털은 올해 2월 이들 고객을 겨냥해 LGBT웰스라는 합작법인을 홍콩에 세웠다. 2009년부터 해당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연내에 아시아와 남미를 겨냥한 LGBT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LGBT캐피털의 설립자 폴 톰슨은 “성적 소수자들은 자신들의 특별한 필요를 충족시켜 줄 금융상품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상품과 차별화한 첫 번째 요소는 동성 파트너에게 투자한 돈을 상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성 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많은 나라에서 투자자가 갑자기 사망하면 동성 파트너는 재산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는 문제를 보완했다.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하지만 은퇴하면 더 많이 필요한 LGBT의 노후 보장을 위한 금융상품도 늘고 있다. 톰슨은 “충분한 노후자금이 없어 성적 다양성이 보장받는 공동체에서 살 수 없는 동성애자가 많다”며 “이들은 은퇴 후에도 자유를 누리기 위해 기꺼이 금융상품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언젠가는 해당 상품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 해당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에릭 버거 이사는 “성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확산돼 LGBT 상품이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