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사고' 처벌 강화] 화학공장 안전사고, CEO까지 형사책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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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방대책 발표 이어 22일 관련 법률 공포잇따른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줄이기 위해 규제·관리를 강화하는 법률이 공포되고 관련 대책이 발표됐다. 고용노동부는 하청업체가 도급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났을 때 원청업체도 하청업체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는 ‘중대 화학사고 등 예방대책’을 21일 발표했다. 환경부도 화학물질 규제·관리를 대폭 강화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22일 공포키로 했다.
'감독 소홀' 원청업체도 하청업체 수준 처벌
1 이상 화학물질 제조·수입 신고 의무화
◆안전사고 때 최고경영자도 처벌 가능 고용부는 원청업체가 하청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 보호를 소홀히 했을 때 하청업체와 동일한 강도로 처벌토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벌칙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직접 고용한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했을 때 받는 처벌과 같은 수준이다. 산업안전보건법 벌칙 중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인 사망사고 처벌 다음으로 무겁다.기업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직급도 높인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근로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며 사고발생 때엔 형사처벌을 받는다. 관련 법규는 이 직책에 공장장급 이상을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약해 현장에서는 이사나 부장이 대신하는 사례도 많았다. 박종길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실질적인 사업 총괄자가 자동으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되도록 법령을 고칠 계획”이라며 “최고경영자(CEO)가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었다면 사고가 났을 때 CEO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하청업체가 위험한 보수작업을 할 때 원청업체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원·하청업체의 판단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전 허가가 의무화되면 사고 발생 때 책임소재가 분명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이 밖에 △공정안전보고서(PSM) 의무 작성 사업장을 현행 5인 이상에서 5인 미만으로까지 확대하고 △PSM 적용 대상 물질을 염소 수소 등 21종에서 48종 이상으로 넓히는 방안 등도 담겼다. PSM은 사고가 났을 때의 대처 계획을 적은 문서다. 중대산업사고 위험 사업장은 PSM을 만들어 고용부의 승인을 받은 뒤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 박 국장은 “해당 법령이 각각 따로 있어 내년까지 개정 작업을 완전히 마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암성 검사비용 10억원
환경부는 화평법이 공포됨에 따라 2015년부터 화학물질의 규제·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그동안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신규 화학물질만 관리해왔지만 새로 법률을 만들면서 관리 대상을 넓혔다. 이에 따라 연간 1t 이상의 기존 화학물질이나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기업들은 매년 1분기에 사용 용도, 제조·수입량, 특성 등을 환경부에 신고해야 한다. 신규 화학물질은 용량에 상관없이 모두 알려야 한다.
환경부는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유해성을 따져 ‘유독물질’ ‘허가물질’ ‘제한물질’ ‘금지물질’ 등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조은희 환경부 화학물질과장은 “기존 300~400종에서 4000여종으로 신고 대상 화학물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1만6000여개 기업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는 화평법 도입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화학물질 유해성 검사 자료, 특성 자료 등을 만들려면 적잖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의 발암성 정도를 감사하는 비용은 10억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 검사 항목은 사용 용량과 물질에 따라 최고 40여개까지 늘어난다. 조 과장은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 화학물질은 제조·수입 용량에 따라 법 도입 이후 8년까지 유예기간을 둘 계획”이라며 “동일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는 자료 공동제출이 가능토록 해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양병훈/세종=김주완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