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성남시, 굴삭기로 LH 정문시설 '철거'

판교 임대주택 일반공급 놓고 갈등 폭발
市공무원-LH직원 900여명 몸싸움 아수라장
판교 재개발 이주단지 임대 공급문제를 놓고 경기도 성남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성남시청 관계자들이 성남시 정자동 LH 사옥 정문의 접이식 시설과 펜스를 불법 시설물이라며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는 23일 대형 굴삭기와 덤프트럭 각 1대, 공무원들을 동원해 분당구 정자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옥 정문시설 3곳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전격 실시했다. LH가 성남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판교신도시 내 재개발구역 주민 이주용으로 건립된 임대주택을 일반에 임대공급하겠다고 공고하자 행정력을 동원한 것이다. 철거된 시설은 차량통제용 접이식 철재·벽돌 구조물(약 15㎡)과 진입로변 스테인리스 울타리 4개(약 20m), 진입로 중앙 화단(약 4m) 등이다.

성남시 공무원들이 오후 1시20분께 LH 정문 앞에 집결해 사옥 내부를 행정 점검하겠다고 진입을 시도하자 LH 직원들은 몸으로 저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 공무원은 300여명, LH 직원은 600여명으로 불어났다. LH에서는 2개 노조 집행부 7명이 맨 앞줄에서 버티고 섰다. 충돌 양상은 5분 뒤 굴삭기 1대가 정문 진입로로 들어오면서 고조됐다. 굴삭기는 LH 버스 2대의 방해를 뚫고 진입했으나 곧바로 LH 직원들의 육탄 저지에 막혔다. 진입 시도와 저지 소동은 오후 2시께 LH가 굴삭기 정문 앞 진입을 허용하면서 일단락됐다. 시는 “도로법 45조를 위반해 같은 법 65조에 따라 대집행한다”고 선언하고 철거를 시작했다. LH 측은 “1997년 4월 준공 때부터 16년 된 시설을 법적 절차도 이행하지 않고 철거를 강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도 철거를 막지는 않았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지속될 전망이다. 성남시는 24일 LH 사옥에 대한 불법시설물 여부 및 위생 점검을 실시한다. LH 관계자는 “성남시 직원들이 업무를 방해하는 등 소란을 피운다면 고소·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충돌은 LH가 성남2단계 재개발사업 주민들의 이주용으로 건설한 백현마을 2개 단지 가운데 4단지 1869가구를 일반에 국민임대로 공급한다고 지난 21일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성남시는 2008년 11월 신흥2·중1·금광1 등 3개 구역 54만5863㎡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LH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해 2단계 도시 재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LH는 2009년 12월 해당 재개발지구 거주자들의 이주용 임대주택으로 백현마을 3·4단지에 3691가구를 건설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개발 사업성이 악화, 시공사 선정이 계속 유찰되면서 사업 추진은 지연됐다. 이로 인해 2009년 건설된 임대주택은 4년째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 됐다. 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백현마을 이주단지의 빈집 유지관리비와 임대보증금 등 이자손실만 150억원에 이른다. LH는 앞으로 재개발사업이 정상 추진되더라도 관리처분계획 수립, 건물 철거 등 이주 때까지 3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주단지를 더 방치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일반에 임대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임대주택을 일반에 공급하는 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책임진 공기업의 책무를 망각한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는 다음주께 LH 공고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성남=강경민/김진수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