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 적극 공략…日 관광객 393만명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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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관광객 2030을 모셔라지난 22일 오후 서울 명동과 남대문 일대.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본인이 장악했던 ‘쇼핑특구’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중국인 여행객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인근 종각과 인사동도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상인들은 “지난해 8월 독도문제가 불거진 이후 일본인 손님은 크게 줄고 대신 중국계 손님들이 늘었다”고 한목소리로 전했다.
엔저·독도 갈등·북한 리스크…트리플 악재로 일본관광객 급감
관광공사 도쿄 등 4개 지사, 세일즈 활동 강화 나서
자유여행 선호족 위해 개별관광 콘텐츠 다양화
엔저(低)에 독도 영유권 갈등, 북한 리스크까지 ‘트리플 악재’가 겹치면서 일본발 한류관광객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올해는 ‘골든위크 특수’도 물 건너갔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이어진 일본 황금연휴(4월27일~5월6일) 기간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약 10만2000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나 줄었다. 호텔과 여행사는 물론 쇼핑센터, 항공사까지 모두 비상이 걸렸다. 관광산업 활성화로 낙후한 서비스 부문을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관광한류 세계화’가 암초를 만났다. ◆호텔, 여행사 등 관광업계 찬바람
일본인 관광객 감소에 1차적 영향을 미친 것은 엔화 하락이다. 원·엔 환율은 작년 10월 중순 100엔당 1400원대를 유지했으나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작년 11월 1344원(이하 월평균), 올 2월 1166원, 4월 1148원으로 떨어졌다. 22일 현재 원·엔 환율은 1084원이다. 6개월 사이 엔화 가치가 무려 20% 넘게 추락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일본 관광객도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일본인 입국자는 68만848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같은 기간 37.8% 늘어났고, 홍콩(22.9%)과 대만(7.7%) 등 다른 나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가 평균 4.0% 늘어난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일본인 관광객 감소는 여행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숫자가 크게 줄면서 국내 관광·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호텔과 여행사는 예약률이 뚝 떨어졌다. 롯데호텔, 더플라자호텔, 세종호텔 등 일본인이 많이 묵는 강북 특급호텔의 경우 일본인 투숙객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상품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엔화 약세 때문에 아웃바운드(자국민이 해외로 나가는 것)는 많아졌지만, 인바운드(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인들의 여행비용이 늘어 한국여행과 쇼핑에서 누릴 수 있는 가격 메리트가 크게 줄어들면서 구매 욕구까지 위축됐다.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소하도급 여행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에이전트로부터 견적의뢰가 들어와도 환율 기준점 잡기가 어려워 울상이다. 염가상품이라도 수주하기 위해 국내 체재비 등 초저가 견적을 제시하는 등 가격파괴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인 대상 관광 상품을 주로 취급해온 한 여행사 대표는 “지난해 독도문제 발생 이후 방한 관광객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수의 업체들이 무급 휴직, 직원 감축 등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외교 갈등이 암초…對日 관광산업 먹구름
방한 일본인 관광객 감소는 엔저보다 외교 갈등이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 관광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8월 독도 영유권 갈등이 불거지면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8월 34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9월 30만9000명, 10월 27만명, 11월 25만명, 12월 22만2000명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독도를 둘러싼 양국 간 분쟁이 관광객 감소의 직접적 이유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언론이 한국 관련 보도를 줄인 시기도 영토분쟁과 맞물린다. 한국 관련 문화·관광·경제 등의 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보도 자제’ 분위기다. 일부 보수단체의 반한류 기류가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독도를 둘러싼 갈등은 늘 있어왔지만 이번만큼은 과거와 강도가 다르다. 일본 내 반한 감정이 외교 문제로 번지고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 관광객 감소는 관광산업을 낙후한 서비스 부문을 부양하는 핵심 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발 관광 리스크는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관광공사는 ‘비상대책가동반’을 구성하는 등 방한 일본 관광객 유치 전략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한일관광교류 확대와 지방관광 활성화, 개별자유여행객 유치 확대 등을 위한 공세적 마케팅에 돌입했다.
◆‘女心’ 잡는 관광마케팅 피치
지난해 일본의 해외여행 출국자 수는 약 185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교통공사(JTBF)에 따르면 올해 일본인 아웃바운드 시장은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1900만명으로 전망된다.
최근 방한 중국 관광객이 일본 관광객을 첫 추월하면서 역조현상이 나타났지만, 일본은 여전히 우리나라 제1 인바운드 시장으로 전체 외래객의 약 33%를 차지한다.
관광공사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목표는 총 1250만명, 이 중 일본인 모객 목표는 3분의 1인 393만명이다. 목표 달성 여부는 도쿄를 비롯한 4곳의 관광공사 일본지사 활약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지사들은 일본 구석구석을 누비며 세일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최북단 홋카이도부터 최남단 오키나와까지 마케팅 사각지대는 없다. 관광공사는 수시로 곳곳에서 설명회와 초청 팸 투어를 열며 방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더 한국으로 보내기 위한 노력이다.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순수 관광 차원의 한·일교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포석이다.
관광공사는 올해 일본시장 메인 타깃을 20~30대 여성층으로 설정했다. 일본인들의 한국여행 패턴이 최근 들어 단체관광에서 개별·소그룹관광으로, 40~50대 남성 중심에서 20~30대 여성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직장인 등 젊은 일본 여심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세부적으로 짰다. 20~30대 일본 여성들은 쇼핑·한류관광에 관심 있고 숙박과 항공일정을 혼자서 짜는 개별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공사는 올해 옵션상품을 확대하고 맞춤형 개별여행(FIT) 관광콘텐츠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일본 유력 온라인매체와 제휴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 마케팅도 전개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류 10주년 기념 ‘겨울연가 그 후(가칭)’ 한국 재방문 캠페인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늘리고 스포츠, 이벤트교류도 확대할 예정이다.
테마관광을 선호하는 40~50대 일본 중장년층을 겨냥한 지방관광 활성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관광공사는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의 관광 이벤트인 ‘2013년 부(산)·울(산)·경(남) 방문의 해’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산청엑스포’를 적극 지원하고 해외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를 ‘한·일 지방관광 교류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한국과 일본 지방 간의 교류 사업을 확대 추진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한·일 관광교류 목표를 700만명으로 설정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