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브랜드 선택과 집중…윤주화의 '효율 경영' 뜬다

제일모직이 중년용 여성복 ‘데레쿠니’ 사업을 2년 만에 접기로 했다.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에피타프’도 1년 유예기간을 두고 사업계속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작년 말 부임한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60·사진)의 이른바 ‘효율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일모직은 40~50대 여성용 의류 브랜드 데레쿠니가 사업성이 낮아 올가을부터 판매를 중단한다고 27일 밝혔다. 2009년 선보인 ‘르베이지’보다 30% 싸게 팔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처음 상품을 내놓을 때 판매 목표를 ‘2015년까지 40개 매장에서 600억원’으로 잡았지만 작년 14곳에서 매출 85억원밖에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했던 중국 진출도 지지부진해 정리 대상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윤 사장은 대신 “구호, 르베이지 등 판매 실적이 좋은 상품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은 2015년까지 라이선스(직접 디자인·생산) 판권을 갖고 있는 ‘니나리치 액세서리’ 역시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3월 야심차게 선보인 20~30대 여성용 에피타프는 이미 만들어 놓은 올가을·겨울 상품과 내년 봄·여름 상품의 반응을 지켜본 뒤 사업계속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에피타프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공식 석상에 자주 입고 등장하는 이 회사의 주력 브랜드 중 하나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윤 사장이 매일 브랜드별로 매출을 체크하면서 “매출이 좋지 않은 상품을 왜 유지해야 하는지 꼬치꼬치 묻고 있다”며 “모든 브랜드가 구조조정 대상이고 이 중 몇 개가 추가로 정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의 브랜드 구조조정은 윤 사장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시스템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윤 사장은 작년 말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시스템이 견고한 회사는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일하는 수준과 프로세스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품의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도록 프로세스 혁신 방안도 만들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