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장비업계 "수주 풍년…일손 모자라"

삼성·LG, 디스플레이에 올해 10조 투자

4월까지 수주액 작년 전체 실적 넘어
전문가 "성장에 탄력…내년에도 호황"
경기 용인시에 있는 참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하를 앞둔 OLED 장비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참엔지니어링 제공
경기 용인시에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제조업체 참엔지니어링(대표 한인수). 이 회사 직원 수는 2011년 300명에서 지난해 221명으로 줄었다. 한 해 사이 직원이 25% 감소했다. 대기업이 OLED 투자를 늦추면서 작년 매출(860억원)이 전년보다 59% 떨어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 회사 분위기는 1년 만에 다시 바뀌었다. 직원을 늘리고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언론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 홍보행사를 열고 있다.

장창선 IR 담당 부장은 “일감이 몰려들고 있어 지난해 희망 퇴직한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며 “작년 연간 수주액이 500억원인데 올해 4월 기준 수주액이 이미 600억원을 넘어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OLED 투자 10조원”

OLED는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광원이 필요 없어 두께를 얇게 할 수 있고 응답 속도도 100만분의 1초로 빨라 잔상이 남지 않는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기업의 OLED 투자액은 5조5000억원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 규모가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국내 대기업의 OLED 투자 규모는 보수적으로 봐도 8조원 이상,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삼성이 나홀로 시장을 주도하던 데서 LG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LG가 중국에서 진행 중인 8세대 LCD 투자까지 합치면 디스플레이 투자 규모가 1조원 정도 추가될 것으로 분석했다.

◆수주 단비에 신난 장비업계 장비업계는 모처럼의 ‘수주 단비’에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참엔지니어링은 최근 107억원 규모의 OLED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톱텍(대표 이재환)은 143억원 규모의 OLED 장비를 수주했다. LCD 장비까지 합하면 최근 한 달 수주액이 240억원에 이른다. 작년 매출(1483억)의 16%에 달하는 규모다. 경기 안성시에 있는 아이씨디(대표 이승호)도 183억원 규모의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대전에 있는 케이맥(대표 이중환)은 지난해 매출(210억원)의 26%에 달하는 54억원어치 장비를 수주했다. 지난 4월 말 수주 잔액은 270억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회사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오다 지난해 기록이 끊겼다”며 “올해 기록행진을 다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황 내년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OLED가 올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TV 등 화면이 큰 디스플레이로 OLED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김병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5년간 OLED는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에 등장한 뒤 성장 잠재력을 확인받았다”며 “TV를 통해 OLED가 고속 성장하는 ‘빅 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OLED 장비는 발주에서 가동까지 최소 9개월 정도 걸린다”며 “올 3분기부터는 대기업의 장비 발주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