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배정 유상증자냐…1400억 출자전환이냐…채권단, 금호산업 자본 확충 놓고 고심

채권단 "상장폐지는 막아라"
600억 무담보채권 빼곤 추가 출자전환 수단 없어
3자배정 유상증자 '만지작'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이 경영 적자와 자본잠식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금호산업 처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채권단은 지난 13일 열린 회의에서 금호산업의 자본 확충이 급하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세부적인 방안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채권단 회의에선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금호산업 기업어음(CP) 790억원어치 등을 출자전환하는 방안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이 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추가 자본 확충을 통해 금호산업을 살려야 한다며 출자전환이든, 유상증자든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자본잠식 해소 위해선 자본 확충 시급

상장회사인 금호산업은 지난 3월 말 기준 자본이 48% 잠식된 상태로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장사의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3월 말 기준 자본금은 1232억원(연결 기준)이지만 자본 총액은 628억원으로 600억원가량 부족하다. 지난해 금호산업은 16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도 건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규모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2010년 초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2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했다. 이제는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 확충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이 약 600억원 규모의 무담보채권뿐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회사가 상장폐지되면 영업력이 크게 훼손돼 경영정상화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진다. ◆채권단 “아시아나항공 지분 팔아야”

채권단은 금호산업 자본 확충 방안으로 출자전환보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종가 기준 금호산업 주가는 1만2200원으로 시가총액은 2971억원에 불과하다.

1000억원가량 유상증자가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현재 최대주주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세 명(14.23%)의 지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일부 채권금융회사에선 조심스레 금호산업 매각 얘기를 꺼내고 있지만 유상증자가 회사 매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장참여자들도 제3자 매각을 전제한 금호산업 유상증자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자본 확충이 절실한 만큼 유상증자든, 출자전환이든 금호산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회사 지배권은 추후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채권단은 조만간 다시 회의를 열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매각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이든, 아니든 금호산업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내년 3월까지는 성과를 내야 (올 연말 회계를 기준으로 하는) 상장폐지 등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 “CP 출자전환으로 자본 확충”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금호산업에 대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금호산업의 비협약채권인 CP 790억원어치와 채권단이 보유 중인 무담보 협약 채권 600억원어치 등 모두 14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제시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의 자본도 확충하고 지배권도 유지할 수 있다.

일부 채권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다소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지배권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또 상호출자 문제도 걸려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에 출자전환(20.6%)하면 상호출자 관계가 된다. 법적으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선 상호출자가 6개월간 허용되지만 결국 해소해야 한다.

이 경우 790억원어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금호터미널 또는 제3자밖에 없고, 제3자는 박 회장의 우호 지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부 채권금융회사 시각이다. 어느 쪽이 갖든지 출자전환 뒤에는 박 회장 측이 총 30% 가까운 지배권을 갖게 된다는 지적이다. 기존 지분이 일부 희석돼 9% 수준이 되고, 금호터미널 등을 통해 20.6%의 영향력을 더 갖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요구하면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것도 채권단으로서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 측은 “채권단이 우려하는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상은/서욱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