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시장 '장기침체 늪' 탈출하나

4월 상가건물 거래 8개월來 최다…저금리·매매가 하락·신축 상가 감소 등 호재

인천, 지난달보다 32% 늘어
단지 내 상가 분양시장 활기
LH 광교, 분양가 3배에 낙찰
대규모 복합·테마상가는 '냉랭'
‘4·1 부동산대책’과 은행 금리 인하효과로 시중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쏠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졌던 상가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소형 상가건물 거래가 늘어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 단지내 상가와 서울 도심 역세권의 오피스텔 상가 분양현장에도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상가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은행 예금금리 하락, 기존 상가건물의 하락세 지속, 신규 상가 공급 감소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가건물 거래 회복 조짐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거래된 상가건물은 연면적 규모로 270만8000㎡에 달했다. 이는 작년 8월(294만4000㎡)에 이어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건물 동(棟) 수로는 1만4009동으로 최근 1년 새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39만4000㎡)과 인천(10만1000㎡), 경기(39만8000㎡)가 각각 전달보다 5.77%와 32.12%, 9.61% 늘었다. 서울에서는 문래동을 중심으로 거래가 많은 영등포구(3만4000㎡)와 역세권 상가의 손바뀜이 많았던 서초구(3만7000㎡), 강남구(4만㎡)가 활기를 띠었다. 김석희 상가뉴스레이다 연구원은 “지난달 상가건물 거래 건수와 거래 면적이 모두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은행 저금리 여파로 시중 유동자금의 ‘상가용 부동산 쏠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입지·상품따라 희비 엇갈려

수도권 신도시 및 서울 강남권 등 입지여건이 양호한 지역의 오피스텔·주상복합상가와 아파트 단지내 상가 등의 점포분양에는 투자자들이 이미 줄을 섰다.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이달 공급된 LH 아파트 상가는 내정가보다 세 배 비싼 가격에 팔려나갔다. 1702가구 규모의 대단지에 들어서는 상가의 1층 점포여서 내정가(3억7794만원)의 304.5%인 1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같이 공급된 10개 점포들도 내정가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 최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역세권의 오피스텔 상가의 점포 분양에는 800억원의 청약자금이 몰리면서 전체 85개 점포 가운데 50여개가 매각됐다. 이 점포는 3.3㎡당 분양가가 5000만~1억원에 달해 점포당 분양가가 15억원 이상 고가 물건인데도 한꺼번에 10여개 점포를 산 투자자도 있었다. 하지만 도심 외곽의 대형 테마상가나 서울 강북권 상가시장은 여전히 침체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게 상가정보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개발한 문정동의 가든 파이브(초대형 복합상가)의 경우 이달에 165개의 신규 점포가 분양됐으나 한 곳만 낙찰됐을 뿐 나머지 점포는 모두 주인을 찾지 못했다. 서울 성북·금천·강북구의 상가 거래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지역의 지난달 상가 거래량은 강남권의 10% 수준에 그쳤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은 “최근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임대형 부동산에 공급과잉 논란이 불거지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가 쪽으로 쏠리고 있긴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현장 방문을 통해 분양가, 수익률, 주변지역 발전 전망 등을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