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총체적 부실] 원전 23기 중 10기 멈춰…올여름 전력대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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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대비 200만㎾ 부족“올여름은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이 예상됩니다.”
100만㎾급 원전인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불량 케이블 설치로 가동을 멈춘 28일.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당장 6월부터 예비전력이 약 200만㎾ 이상 추가로 부족하지만 최대 위기는 8월에 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만㎾는 인구 18만여명인 안성시가 사용하는 전력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 예비전력은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 남겨둬야 하는 최소한의 전력량으로, 통상 450만㎾가 있어야 안정적인 것으로 여긴다. 전력 수급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상황인데 가동 정지된 원전이 8개에서 10개로 늘어나면서 올여름 전력 수급은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 발표 전까지 가동을 멈춘 원전은 신고리 1호기를 비롯 고리 1·2호기, 영광 3호기, 월성 1·2호기, 울진 4·5호기 등 8기였다. 여기에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멈춰 전체 23기 원전 가운데 3분의 1이 정지된 것. 이는 원전 전체 설비 용량 2716만㎾ 중 861만6000㎾에 해당한다.
기존 8기의 원전은 정비를 마치면 1~2개월 내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불량 부품 교체 등에 4개월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한여름이 지나고 10월에나 가서야 정상화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8000만㎾로 예상됐던 올여름 전력 공급량은 7700만㎾에 그치게 됐다. 최대 수요량은 7900만㎾로 전망돼 인위적 수요 관리 등의 비상조치가 없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200만㎾를 항상 초과하는 상황이다. 수요 관리를 통해 어렵사리 빠듯한 전력 수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원전이 불시에 정지될 경우 블랙아웃(대규모정전)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착공식 등으로 오는 31일까지 현지에 머물 예정이던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29일 급거 귀국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느닷없는 원전 가동 중단 소식에 윤 장관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며 “돌아오는 대로 즉각 대책 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날 원전·전력 당국 관계자를 긴급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는 9월 말까지를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으로 지정하고 한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던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도 이번주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단기적으로 전력 공급을 확충할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 조업 시간을 미루도록 유도하는 등 지난해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요 감축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