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숫자'로 승부했다…200만 회원이 몰려왔다

Cover Story - 삼성카드

숫자시리즈 카드 돌풍

기억하기 쉽게…
카드에 불필요한 디자인 배제…숫자별 주요 혜택만 새겨넣어
사용자 직업·소비패턴 고려…하루 5450명 회원가입 '러시'

문화를 입히다
제일모직 에잇세컨즈와 협업…숫자 활용한 티셔츠 출시
공연 1회 가격으로 2개 관람…'삼성카드 셀렉트' 서비스도
삼성카드 디자인실 직원들이 제일모직과 협력해 개발한 숫자티셔츠의 디자인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삼성카드 마케팅부서 임직원들은 이달 초 사무실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다. 숫자시리즈 카드 200만장 발급 돌파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최치훈 사장은 ‘숫자카드가 삼성카드의 저력을 확인시켜줬다’며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삼성카드의 귀환에는 숫자카드라는 창의적인 신상품이 자리잡고 있다. 1~7까지의 숫자카드 시리즈는 올 4월 출시 1년6개월 만에 발급 수 200만장을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신용카드 신상품 승인과 신규 발급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만장이 넘는 히트상품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숫자카드의 성공 비결은 복잡한 명칭을 과감히 버리고, 기억하기 쉬운 브랜드를 설정한 데 있다.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주면서도 브랜드를 연상하면 상품의 특성이 떠오르게 설계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진단이다.

○“복잡한 신용카드는 가라”

숫자를 이용한 삼성카드.
숫자카드 시리즈를 개발할 당시 삼성카드는 해킹사고로 고객정보가 대량 유출돼 영업이 악화되는 등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삼성카드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회사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했다.

대대적인 조사와 분석에 착수한 결과 ‘히트상품’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는 점과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삼성카드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전까지의 신용카드들은 독립된 이름을 가진 개별 브랜드를 강조한 탓이었다.

이런 체계는 카드마다의 특성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카드 종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이 카드 간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발생한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자신이 쓰는 카드의 개별 이름을 기억하기보다 회사명만 기억하는 경우가 다수로 나타났다. 고객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상품체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더 쉽게 상품과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삼성카드라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기억하기 쉽게1~7까지의 숫자를 이름으로 하는 숫자카드 체계를 고안했다. 단순화하면서도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카드명에 ‘삼성카드 2’라는 식으로 삼성이라는 이름을 강조했다. 또 신용카드 플레이트의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제공받을 수 있는 주요 서비스를 새겨넣어 사용자 편의에 중점을 뒀다.

○숫자만 보면 혜택을 알 수 있다

숫자를 이용한 브랜드는 처음이라 도입 당시 회사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사람들은 ‘숫자가 클수록 좋다’는 통념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낮은 숫자의 카드는 팔리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었다. 또 알파벳으로 브랜드 체계를 구축한 경쟁사와 비슷하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용자를 배려한 ‘쉬운 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은 컸다. 2011년 11월 ‘삼성카드 2’와 ‘삼성카드 3’을 시작으로, 작년 11월 ‘삼성카드 6’까지 1년여 만에 숫자카드 시리즈가 완성됐다.

카드의 이름인 숫자는 카드가 가진 대표 혜택의 숫자를 의미하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삼성카드 2’의 경우 교통 통신요금 10% 할인, 패션·커피·편의점 최대 5% 할인이라는 두 가지 큰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또 숫자카드별로 연회비를 더 내는 회원들을 위해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플러스 카드’도 함께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단순명료한 카드 디자인과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고려한 숫자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은 컸다. 매시간 평균 227명, 하루 5450명이 숫자카드 회원으로 가입했다.

○신용카드에 문화를 입히다

문화컨설팅 서비스인 ‘삼성카드 셀렉트’
삼성은 숫자카드를 주력상품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문화마케팅을 선택했다. 제일모직의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와 협력해 숫자카드 디자인을 적용한 숫자티셔츠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또 뮤지컬을 비롯해 문화공연 시 사전 지식을 제공하는 등 카드 사용자들이 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컨설팅 서비스인 ‘삼성카드 셀렉트’도 선보였다. 삼성카드 셀렉트는 2011년 말 ‘조용필 & 위대한 탄생’을 시작으로 이승환, 버스커버스커, 싸이, 신승훈 콘서트나 엘리자벳, 캐치미 이프유캔, 모짜르트, 시카고, 황태자 루돌프, 레베카, 레미제라블 등의 뮤지컬을 1회 가격으로 2개 볼 수 있도록 했다. 최승한 삼성카드 마케팅실장은 “공연마다 삼성카드 결제율이 90%를 웃돌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공연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 한남동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 규모의 뮤지컬·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인 ‘블루스퀘어’에 대한 후원도 그 일환이다. 블루스퀘어는 인터파크가 공연문화 발전을 위해 건립한 복합문화공간인데, 삼성카드는 후원사업을 통해 콘서트 공연장을 ‘삼성카드홀’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홀 내부의 각 층에는 삼성카드와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한 휴식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