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1병영] 박천웅 스탭스 사장, 軍서 배운 合心과 初心…회사 경영 제1원칙

1975년 통신병으로 아산서 복무…통신장비차 '박스카' 끼고 살아
"초반 3개월이 성공여부 좌우" 체감
1975년 조치원 신병 훈련소에 입소하면서 나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군대는 머리로 살아가는 학교나 사회와 달리 몸으로 살아야 하는 곳이기에 모든 환경이 낯설고 어려웠다. 그러나 몸으로 부딪힌 군대 생활을 통해 나는 오히려 합심(合心)과 초심(初心) 이라는 두 가지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입대 1주 전부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와 낯선 사람들, 그리고 고된 훈련. 모든 것이 견디기 힘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훈련소에 들어가고 1주일이 지나고 나니 두려움은 사라졌다. 오히려 피곤한 훈련의 연속 탓에 식욕이 늘고 잠도 푹 자고 스트레스와 나쁜 습관까지 모두 없어졌다. 훈련 속에서 10분간의 휴식을 즐겁다고 생각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힘든 상황 속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는 나와 똑 같은 마음가짐으로 함께 힘든 일을 견디고 있는 동기들이 있었다. 사회에서 존재하던 경제적 지위, 학력 등 모든 차이가 사라지고 모두가 동등한 훈련병의 위치에서 함께 격려하고 부딪혀 나가니, 내가 처한 상황이 더 이상 두렵거나 어렵지 않았다. 그때 나는 ‘합심’의 힘을 깨달았다.

내가 경영하는 회사 스탭스에서 등산, 마라톤, 번지점프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에게 합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등산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가기 싫어하고, 오르다가 포기하려던 직원들도 결국엔 모두 정상에 오른다. 동료들과 함께 하니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깨달음은 자대 생활을 통해 얻게 됐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나는 통신병으로 배치됐다. 대전통신학교에서 14주간 무선통신교육을 받은 후 아산에 있는 부대로 파견됐다.

배치를 받은 곳에는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병장이 있었는데, 내가 자대 배치 신고를 하자 화가 난 듯 보였다. 이유를 알아보니, 제대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후임자가 필요해 요청을 했는데 일등병인 내가 배치된 것이었다. 그 병장은 나를 혹독하게 훈련시켜 빠른 시간 내 후임자 역할을 맡겨야만 했다.

나는 그 후로 3개월간을 소위 ‘박스카’라고 하는 통신 장비차에서 먹고 자며 일을 배웠다. 나 스스로도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먹고 자는 시간을 절약하며 책을 읽고 몸으로 익히는 일을 반복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금세 업무에 익숙해졌고 누구보다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힘든 시간이 지났고, 몇 개월 후 본부에서 박스카 총괄운영자가 필요하다며 나를 그 곳으로 재배치했다. 일등병이었지만 책임감 있고 일을 잘한다는 평을 받게 되어 배치된 것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큰 어려움 없이 군대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그때 깨달은 것이 바로 “무슨 일이든 초심을 굳건히 잡고 진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 시작할 때 첫 3개월 혹은 초기 3년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그 일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3개월의 수습기간을 통해 신입사원을 평가하고, 입사 후 3년이 되면 포상이나 휴가 등을 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어떤 초심을 가지고 얼마나 진력하는지가 일의 성패와 사람의 성공을 좌우하며, 그 후에야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나의 경영철학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자’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아야 하며, 극복의 대상은 남이 아닌 어제의 내 모습이라 생각한다.

즉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합심’과 ‘초심’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데 이것이 내가 군생활을 통해 체득한 교훈이다.